지난해 경상 국내총생산(GDP)이 '깜짝 성장'한 데는 종합물가지수로 불리는 GDP 디플레이터가 4% 가까이 상승한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교역 조건이 개선되면서 GDP 디플레이터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면서 경기 회복 속도는 더뎌졌습니다.
오늘(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3.8%로 봤습니다.
이는 외환 위기였던 1998년(4.5%) 이후 가장 큰 상승률입니다.
GDP 디플레이터는 경상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입니다.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GDP를 구성하는 투자·수출입 등과 관련된 모든 물가가 반영돼 '종합물가지수'로 불립니다.
실질 GDP 상승률에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하면 경상 GDP 상승률이 됩니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경상 GDP 성장률은 5.9%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작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한 5.5%보다 0.4%포인트(p) 상향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2.6%에서 2.1%로 떨어졌습니다. 경제 성장률은 하향 조정됐지만, 종합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경상 GDP를 끌어올린 겁니다.
GDP 디플레이터가 큰 폭으로 상승한 주된 원인은 교역 조건 개선이었습니다.
지난해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하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GDP 디플레이터를 끌어올렸다는 게 정부의 분석입니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인한 GDP 디플레이터 상승은 내수 개선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입품 가격이 감소하고 수출 품목 가격이 상승하면 소득은 증가하지만 소비자 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고,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입니다.
다만 작년 민간 소비는 1년 전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고,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GDP 디플레이터 상승의 긍정적 영향이 상쇄됐다는 분석입니다.
올해는 GDP 디플레이터의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는 작년과 달리 유가 상승 조짐이 있고, 반도체 가격 유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도 작년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정부는 실제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2.0%로 전망했습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까지 둔화하면 경상 GDP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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