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원활히 사용하려면 10Gbps(초당 기가비트)급 초고속 인터넷망이 필요하지만, 전국 초·중·고교의 98%는 인터넷 속도가 1Gbps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국 초·중·고의 3분의 2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1천774개 초·중·고교의 98.2%가 인터넷 속도가 1Gbps 미만이었습니다.

나머지 1.8%의 학교도 10Gbps급 인터넷망이 깔린 곳은 없었습니다.

이들 학교 중 10Gbps급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를 계획 중인 곳은 3천938곳으로, 전체의 33.4%에 그쳤습니다.

반면, 66.6%는 현재로서는 설치 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지난해 9월 "2024년 제4회 학교 유무선망 정책협의회 전문위원회"에서 AI교과서 본격 도입을 위해 10Gbps급 인터넷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인터넷) 망 부분은 3월 전 준비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국고 지원이 없는 데다 AI교과서 도입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장 예산을 들여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할 유인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국고 지원이 없고, (시도 교육청에서 내려보내는) 교부금으로 편성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설치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AI교과서를 어느 학교에 도입할지 정해진 것도 없어 설치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정부가 재의 요구를 하면서, 교육부는 올해 AI교과서 도입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AI교과서를 사용할 경우, '버벅거림'(트래픽 증가로 인한 속도 저하)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AI교과서는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속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로딩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민정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속도 1Gbps 기준으로 AI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최대 동시 접속 인원은 6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학교에는 수백 명의 학생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상황에서, 1Gbps 수준의 인터넷 속도로는 동시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 의원은 "정부는 학교에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AI교과서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수업 중 트래픽 과다로 가동이 멈추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3월 교실 대란을 막기 위해 졸속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현연수 기자 / ephal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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