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은 3년을 내다보고 합니다.

시장 환경에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습니다.

"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주주가치 제고 청사진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9월 DB금융투자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 평균 상회 △주주환원율 매년 4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소형 증권사로는 첫 밸류업 공시였다.

현재 DB금융투자의 PBR은 약 0.2배에 머물고 있다.


DB금융투자는 2018년 이후 현금배당성향(별도 기준)을 19.4~22.1%로 유지해왔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배당성향 73.1%에 해당하는 현금배당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크게 눌려 있는 현 상황엔 꾸준한 경영 성과에 대한 시장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것이 곽 대표의 냉정한 진단이다.

그는 "어떤 해에는 이익이 많이 났다가 어떤 해에는 아예 안 나는 식으로 실적 변동성이 너무 컸다"며 "배당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곽 대표가 취임 이후 건전성 제고에 사활을 건 것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22년 6160억원에 달하던 채무보증 규모를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고조되자 3936억원까지 줄였다.


곽 대표는 "DB금융투자는 부동산 PF 전체 금액이 작고 사업도 분산돼 있다"며 "2025~2026년에 추가 충당금이 일부 발생할 수 있지만 리스크를 100으로 본다면 80% 이상은 해소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PF 비중을 줄이는 대신 'PIB(PB+IB)' 전략을 꺼내들었다.

회사와 연계한 자산관리(WM) 사업으로 부동산 경기에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경쟁사가 영업지점을 폐쇄하고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동안 DB금융투자가 오히려 을지로금융센터와 해운대마린금융센터를 확장하고 신입사원을 채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점뿐 아니라 본사에서 상품을 소싱할 조직도 대폭 강화했다.

본사 주관 상품과 타사 상품을 총망라해 중형 증권업계 가운데 최대 수준의 단기·중기 우량 채권 상품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곽 대표가 취임한 이후 채권 판매가 2배 이상 늘었다.

곽 대표는 "내년에도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채권 금리가 상승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단기채든 장기채든 채권시장에선 여전히 고객에게 기회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PIB 선순환이 가능한 배경에는 인력 구조가 있다.

영업직을 계약직으로 뽑아 개인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거나 계약을 종료하는 업계 분위기와 달리 DB금융투자는 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신입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해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곽 대표는 "지점에 기여하는 만큼 승진이나 각종 포상, 복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충분한 주주환원이 뒷받침될 때 자기자본 확충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DB금융투자 자본 규모는 약 9411억원으로 1조원에 조금 못 미친다.

곽 대표는 "자본 확충이 당장 가야 할 길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은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우수민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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