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업계에도 초유의 계엄·탄핵 후폭풍이 일고 있다.
'큰손' 외국인 기관투자자(LP)들이 지정학적 위험 부각에 국내 PEF 출자에서 발을 빼는가 하면, 해외 운용사(GP) 역시 정책적 불확실성에 국내 자산 인수를 망설이고 있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는 한편 일부 기업은 환율 부담에 실적도 꺾일 위기에 놓이면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대해 난망하는 분위기다.
국내 PEF 입장에선 자금 조달도, 회수도 쉽지 않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PEF 운용사 A사는 내년 펀드레이징을 앞두고 출자 약속을 받았던 한 외국계 LP로부터 투자를 잠정 보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LP가 내부적으로 한국 관련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다.
최근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을 거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라면서 A사에 양해를 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LP가 수백억 원대 자금을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몇 달 전부터 적극적으로 밝혀왔던 터라 180도 달라진 태도에 A사도 몹시 당황스러웠다는 후문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건 해외에서뿐만이 아니다.
국내 LP 자금 조달도 직격탄을 맞았다.
내년 펀드레이징을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국내 대형 PEF 운용사 B사는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당분간 출자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지난 수년간 주요 시중은행은 국내 PEF에 수백억 원씩 출자를 단행해왔다.
그런데 최근 은행권이 건전성 제고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 비율을 RWA로 나눈 값이다.
RWA가 높아질수록 BIS 비율은 낮아진다.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이 요동치면서 원화가치가 폭락하자 외화자산 원화환산액도 늘어났다.
이는 은행의 RWA 증가로 이어졌고 은행권의 PEF 출자도 요원해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여전히 높은 금리와 낮아진 원화값은 PEF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을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IPO를 통한 회수도 갈피를 못 잡는 건 마찬가지다.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을 비롯한 주요 PEF 운용사가 재무적투자자(FI)로 있는 케이뱅크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수요예측 참패로 상장 일정을 미룬 가운데 예비심사 효력이 만료되는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아직 증권신고서를 새로 제출하지 않았다.
소시어스PE·웰투시PE 컨소시엄이 최대주주로 있는 엠앤씨솔루션은 투자심리 악화에 공모 규모를 크게 줄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강행했다.
증시 입성 첫날부터 주가가 20%가량 빠진 가운데 컨소시엄은 구주매출 물량(150만주)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645만3900주)에 대해 1년간 매각제한을 걸었다.
[우수민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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