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韓경제 ◆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에 불안감이 커진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발을 빼고 현금을 확보하거나 미국 증시와 해외 가상자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자 대기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도 크게 늘면서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47.07%로 전월(50.95%)에 비해 3.88%포인트 낮아졌다.
코스피가 2200선까지 밀려났던 지난해 1월(45.83%) 이후 2년여 만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낮아졌다.
코스피가 2900을 바라보며 치솟던 지난 6월에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58.49%에 달했으나 부진한 증시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덮치자 개미들의 이탈세가 뚜렷해졌다.
코스닥에서도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 11월(77.34%)보다 1.03%포인트 줄어든 76.31%를 기록했다.
2차전지주 등 '테마주 열풍'이 식으며 코스닥시장을 향한 개미들의 발길이 줄었던 지난해 10월(76.12%)과 유사한 수치다.
이렇게 국내 증시를 떠난 자금들은 미국 증시와 해외 가상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2일까지(결제일 기준) 미국 주식을 6억9000만달러(약 98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12월이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순매수 규모(12억7937만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나스닥이 지난 11일 사상 최초로 2만을 넘어서는 등 뉴욕 증시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계엄 사태로 '주식 이민'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요구불예금 잔액은 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 3일 600조원에서 12일 616조원으로 불어났다.
자금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한 개인과 기업이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석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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