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의 원조가 부산이 아니라고?”...우리가 밀양에 대해 몰랐던 사실 5가지 [여행+핫스폿]

밀양으로 향하던 신애(전도연 분)는 차가 고장이 나 우연히 알게 된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 분)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차를 대신 얻어 타게 된 그는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다 종찬에게 묻는다.

“아저씨, 밀양이란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그러자 종찬은 “뜻요? 우리가 뭐 뜻 보고 삽니까? 그냥 사는 거지”라 답한다.

신애는 “한자로 비밀 밀(密), 볕 양(陽). 비밀의 햇볕. 뜻 좋죠?”라 말하고, 종찬은 “비밀의 햇볕, 좋네”라며 웃는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실 이름에 그 고장의 특성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꽤 있다.

전남 목포(木浦)시는 서해에서 육지로 들어가는 포구 길목에 나무가 많다고 해서 불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대전(大田)광역시는 큰 들판이란 뜻의 ‘한밭’이 한자로 바뀌었고, 경기 성남(城南)시는 남한산성의 남쪽 지역이라 해 불렸다.


1) 비밀의 햇볕…밀양?
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
하지만 경남 밀양처럼 비밀스런 햇볕이란 나름 의미심장한 뜻을 지닌 고장은 새롭다.

밀양의 지명 유래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게 ‘밀벌’이다.

오래 전 밀양 지역이 밀벌로 불렸는데, 밀은 물을, 벌은 너른 대지를 의미해 물이 있는 땅이란 뜻이다.

물론 뜻으로는 지금의 한자와 맞지 않지만 발음이 변화하면서 밀양까지 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런데 이런 책상머리 지식의 교류는 어쩌면 큰 의미가 없다.

실제 밀양에 단 하루만 있어보면 이곳이 왜 비밀스럽고, 또 해를 사랑하고 바라는 곳인지 단박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밀양에서 나고 자랐다는 박은희 밀양햇살여행사업단 단장의 말이 걸작이다.

“밀양은 찌푸릴 일이 없어요. 항상 맑음이니까요. 하늘을 보세요. 푸른 하늘과 햇살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요.”

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
물론 밀양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토해낸 선한 거짓말이지만 이 정도로 밀양과 햇볕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밀양시의 관광 홍보 디자인이나 책자만 봐도 눈치 챌 수 있다.

일단 밀양의 도시 브랜드가 ‘해맑은 상상’이다.

이 슬로건은 밀양 어느 곳에 가든 햇살 퍼지는 로고와 함께 쓰여 있다.

해가 좋아 자연재해개가 없어 사람 살기도, 농산물이 자라기도 좋다는 뜻을 담았다.


실제로 밀양시가 공개한 밀양시 기후 자료를 보면 연평균 온도는 12.9 °C, 습도는 69%, 강수량 1360.0mm로 평균치 내외를 보였다.

다만 비가 6~8월에 치우쳐 약 65%를 차지해 봄과 가을, 겨울은 대체로 맑은 편이다.

또 여러 하천이 밀양강으로, 밀양강의 줄기는 낙동강으로 이어지는데, 길이에 비해 강의 폭이 넓어 비옥한 토질을 자랑한다.

일조량이 많고 땅이 찰지니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은 맞는 셈이다.


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
11월 초 밀양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편에는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고, 하늘은 서울보다 높아보였다.

아마 착시일 수 있지만 그만큼 자연환경이 훌륭했다.

왜 비밀이란 한자를 썼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볕 하나 만큼은 어디와 견줘도 손색없었다.


2) 밀양은 시골, 시골은 멀다?
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
‘밀양은 시골이다’란 가설은 반반이다.

우리가 흔히 ‘시골’이라 일컫는 전원 풍경이 어우러진 그런 곳은 맞다.

시원시원하게 강줄기가 뻗어 있고, 깊이 우거진 숲이 이룬 여러 산들이 연이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전통 재래시장부터 마천루보다는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의 모습이 정겹다.

이런 것으로만 범위를 정한다면 분명 시골이다.


하지만 교통편을, 특히 기차로 국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코레일은 서울~밀양을 KTX, KTX-산천, ITX-새마을호, 무궁화호까지 무려 4종류의 기차를 투입해 운영 중이다.

12월 2일 기준 서울역에서 새벽 5시 3분을 시작으로, 밤 10시 8분 출발 기차까지 하루 총 38회 밀양역에 당도한다.

서울~부산역이 하루 75회, 서울~울산역이 하루 36회, 서울~창원중앙역 하루 8회인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많은 편수의 양이다.


사진 = 코레일
이는 다시 말해, 하루 한 시간 꼴로 기차편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 밀양을 오가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란 얘기다.

물론 소요시간을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예상, 그 이상이다.

가장 빠른 편이 KTX-산천으로 2시간 14분, KTX가 2시간 16분이 걸린다.

ITX-새마을호는 보통 4시간, 무궁화호는 4시간 30분에서 최장 5시간 3분이 소요된다.

아침 7~8시경에 서울역에서 출발해 밀양에서 점심과 오후, 이른 저녁까지 보낸 뒤 늦은 저녁 기차로 서울로 올라오는 당일치기 여행은 충분하다.

실제로 코레일관광개발은 밀양시와 함께 관광열차 상품 개발을 논의 중이다.


3) 돼지국밥 원조가 부산이 아니었어?
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
뜨끈한 국물에 꼬릿꼬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돼지국밥. 돼지 뼈와 살코기를 푹 삶아 고아낸 국물에 밥과 고기를 더해 먹는 음식이다.

이 돼지국밥을 대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곳은 부산. 한 마디로 돼지국밥의 원조는 부산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밀양의 입장은 다르다.

밀양의 돼지국밥이 부산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식당이 있다.

1940년 개업해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동부식육식당이다.

부산에 돼지국밥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한국전쟁 이후라는 점에서 밀양의 원조론은 꽤 설득력이 있다.


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
밀양의 돼지국밥은 기존에 먹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일단 국물이 말갛다.

보통 돼지 뼈로만 육수를 내는 데 반해 소뼈를 7시간 넘게 끓여 국물로 쓴다.

때문에 특유의 돼지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고기는 돼지고기를 올린다.

새우젓과 소금, 다진 양념, 매운 고추 등을 기호에 맞게 넣어 먹는 것은 같다.

다만 부추나 방아잎 등은 없다.

그래서 깔끔한 맛이 도드라진다.


‘돼지국밥 원조 밀양’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캐릭터 ‘굿바비’다.

2022년 캐릭터화 해 굿즈까지 만들어 홍보 중이다.

은은한 분홍빛에 국밥 한 그릇 뚝딱 비울 것 같은 통통한 몸매의 굿바비는 밀양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4) 밀양은 시배지의 고장?
사진 = 밀양시
볕 좋고 물 좋은 밀양답게 예부터 농작물 역시 잘 자란다.

특히 대추와 딸기는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이 두 작물을 국내 최초로 밀양에 심어 가꿨다는 얘기다.

대추는 18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종 36년에 쓰인 ‘밀양군읍지’에 밀양의 단장면과 산외면에서 400년 전부터 대추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실려 있다.

현재로 따지면 500년이 훌쩍 넘은 셈이다.

그만큼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도 전국 대추 생산량의 15% 가량이 밀양에서 난다.


딸기는 1943년 밀양 삼랑진이 시초다.

금융조합 이사를 맡았던 송준생씨가 일본에서 딸기 모종 10여 포기를 들여와 심으면서 딸기 재배의 저변을 확대한 것. 현재 520㏊ 면적에서 한해 2만t가량의 딸기를 생산하는 밀양은 ‘밀양딸기 1943 카스텔라’ ‘딸기 모찌(찹쌀떡)’ ‘딸기 초콜릿’ ‘딸기 전통주’ 등 다양한 관련 먹거리 개발에도 힘을 쓰고 있다.


사진 = 밀양시
시배지까지는 아니지만 밀양 얼음골 사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온도차가 커야 새콤달콤한 맛이 큰 사과의 성향이 얼음골과 잘 맞아 떨어졌다.

실제로 대구사과연구소에 따르면 밀양얼음골사과가 당도는 국내평균보다 높고, 산도는 낮고, 과중은 무거운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꿀사과’로 손색없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5) 가족여행 성지?
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
밀양은 숨겨진 가족여행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아이들에게 ‘천국’이라 부를 만큼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직접 몸을 써야 하는 ‘체험’이다.

손으로 만져야 직성이 풀린다.

일단 승마장이 단연 눈에 띈다.

십 수 마리를 관리하는 말보르승마장이 대표적이다.

전문 코치가 직접 지도하며 너른 마사를 돌고 또 돈다.

말과의 교감부터, 말을 잘 다루고 잘 타는 법까지 눈높이 교육이 이어진다.

승마 체험을 마치면 말 먹이 주기나 피자 만들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는 물론, 학부모에게도 만족도가 높다.


목공이나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도 여럿 있다.

부북면에 있는 무연마을의 체험 공방에서는 독서대, 도마, 필갑 등 다양한 나무 소재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공정 난이도가 높지 않다.

사포로 문지르고, 기름을 바르는 정도인데도 아이들은 신이 난다.

이밖에 사과나 딸기 따기 체험, 또 도자기를 빚는 체험 등도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자리한다.


무엇보다 하루 쉬어가는 여행이라면 캠핑부터 펜션, 풀빌라까지 원하는 콘셉트에 맞게 선택지가 다양하다.

밀양시 관계자는 “청정자연을 벗 삼아 캠핑을 해도 좋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영장 딸린 풀빌라에서 쉬어가도 좋을 것”이라며 “온천수가 나는 호텔 아리나에서 묵으면 부모들의 피로까지 풀 수 있을테니 일석이조일 것”이라고 추천했다.


밀양(경남) /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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