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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거리를 걷는 모습이 담긴 밥 딜런 음반. |
한강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열기가 뜨겁다.
발표 다음날에는 한강의 작품을 구하려는 독자들이 서점으로 향했으며 초판본 가격이 수십만 원에 이르는 현상도 벌어졌다.
지금까지 한강 관련 도서의 판매부수가 150만부에 육박했다.
아무쪼록 얼어붙은 국내 도서 시장에 단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일회성 사건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상존한다.
생존자를 원칙으로 하는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지금까지 116차례에 걸쳐 121명의 수상자를 배출한다.
최다 수상국은 프랑스로 16명이 최고 문학가의 영예를 안았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2명의 수상자가 나왔는데 한국은 올해 수상을 계기로 K문학의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의 예외적인 사례 또한 존재하는데 그 주인공이 포크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다.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밥 딜런의 이름이 언론에 나왔을 때 가짜뉴스임을 의심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유는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작가도 낙방의 고배를 마시던 노벨문학상을 전업 음악인이 덜컥 수상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선정 이유를 노래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밝힌다.
수상 소식을 접한 밥 딜런은 보름 가까이 침묵하다 영광스러운 상을 감사히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그는 노벨 사망일인 12월 10일 시상식에는 선약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주최 측에 통보한다.
필자는 1990년대부터 포크음악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자료를 뒤져 우디 거스리, 피트 시거 등 1세대 미국 프로테스탄트 포크 뮤지션의 삶을 추적했다.
펜탱글, 페어포트 컨벤션 등 브리티시 포크에도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이후에는 실비오 로드리게스, 파코 이바네스 등의 비영어권 뮤지션 음악을 즐겨 들었다.
이와 함께 밥 딜런의 1960년대와 1970년대 음반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밥 딜런의 음악 성향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추구했던 1960년대 초반과 일렉트릭 사운드가 특징인 포크록을 도입한 1960년대 중후반으로 나뉜다.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음반이 초기작 'The Freewheelin' Bob Dylan'이다.
이 음반에는 밥 딜런의 페르소나와 다름없는 곡 'Blowin' in the Wind'와 가수 양병집·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한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가 실려 있다.
'The Freewheelin' Bob Dylan'을 발표한 1963년만 해도 밥 딜런의 인기는 대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존 바에즈의 명성이 그를 압도하던 시절이었다.
밥 딜런은 자서전에서 "우리는 삶보다 위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이해하는 동시에 고유의 언어로 나타내야 한다"고 발언한다.
필자의 미국 친구는 밥 딜런의 노래 가사는 여전히 난해한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은유와 해학을 곁들인 작사 기법은 밥 딜런만의 특징이다.
1집 앨범 판매량의 고전으로 계약 해지 상황에 몰렸던 밥 딜런은 2집과 함께 부활한다.
'The Freewheelin' Bob Dylan'은 민권운동, 핵전쟁 이슈 등과 함께 인간사에 대한 날카로운 유머와 비판을 담아낸 수작이다.
앨범 재킷에 등장하는 여인은 밥 딜런의 연인이자 미술가였던 수지 로톨로이며 촬영지는 포크음악의 산실인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다.
2003년 롤링스톤 매거진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97위에 해당 앨범을 선정한다.
그는 현재까지 40여 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이봉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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