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엔론? 회계부정 의혹 커지자...슈퍼마이크로 주가 33% 폭락

회계법인 EY 감사 사임 소식에 주가 폭락
EY “경영진 자료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
전 세계 서버 시장서 델·HPe 이어 3위
월가 AI 수혜주로 꼽히며 상반기 주가 폭등
3월 고점 대비 현주가는 72% 마이너스

올해 6월 컴퓨텍스 기조연설에 등장한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 회장. <사진=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
월가의 인공지능(AI) 대표 수혜주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슈퍼마이크로·SMCI) 회계 부정 의혹이 확산되며 주가가 33% 폭락했다.

슈퍼마이크로는 세계 서버 시장에서 델테크놀로지스(델)와 HP엔터프라이즈에 이은 3위 업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회계를 맡은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회사의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고 경영진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EY는 미국 빅4 회계법인 중 하나다.


EY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에서 회계감사인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최근 확보한 자료가 주목을 끌었다.

더 이상 (슈퍼마이크로) 경영진이 제출한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EY는 지난 6월 말 종료된 슈퍼마이크로의 2024회계연도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하던 중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EY는 이어 “이에 따라 경영진이 준비한 재무보고서에 더 이상 엮이지 않기로 했다”면서 “관련 법이나 직업적 의무에 따른 ‘감사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회계 전문가인 컬럼비아대학교의 로버트 윌렌스 교수도 EY의 사임을 놀라워하며 “감사보고서나 재무제표 발표 전 단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슈퍼마이크로는 AI 가속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다.

엔비디아와 인텔, AMD 등 주요 칩 제조사와 협력해 최신 기술을 탑재한 고성능 서버를 생산하면서 올해 월가의 AI 대표 수혜주로 떠올랐다.


심지어 월가에서는 엔비디아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가수익비율(PER)을 언급하면서 AI 컴퓨팅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슈퍼마이크로는 올해 4월 슈퍼마이크로 적 직원이 찰스 리앙 최고경영자(CEO)를 회계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 회사의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8월에는 공매도 기업 힌덴버그리서치가 슈퍼마이크로가 회계를 조작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힌덴버그는 3개월 동안 슈퍼마이크로를 조사한 결과 “확연한 회계 위험 신호, 미공개 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증거, 제재 및 수출 통제 준수 실패와 고객 문제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회사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했다.


이에 지난 9월 미국 법무부가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월가에서는 2000년대 초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조작 문제로 미국 경제가 흔들린 적이 있어, 늘 관련 이슈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누적된 의혹에 슈퍼마이크로는 올 상반기까지 AI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지난 6개월 동안은 하락세로 3월(3월13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서 72% 하락했다.


반면 슈퍼마이크로의 경쟁사인 델과 HP엔터프라이즈 주가는 슈퍼마이크로의 고객사가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주가가 급등했다.

델은 이날 6.39% 오른 129.40달러, HPE는 2.37% 뛴 20.34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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