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신한 기획과 좋은 제작환경 덕분…운이 좋았다”
- “콘텐츠 소비 주기 빨라진 것 체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계급전쟁’을 공동연출한 김학민, 김은지 PD가 콘텐츠의 성공 비결로 “참신한 기획과 좋은 제작 환경”을 꼽았습니다.
넷플릭스에 방영한 흑백요리사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슬램 김학민, 김은지 PD는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에서 이뤄진 매일경제TV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기획부터 제작까지 예능이라는 업(業)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고 밝혔습니다.
또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주기가 빨라져 아쉽다”면서도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흑백요리사가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비영어권 3주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시장 성과에 대해 “한국 시청자를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감각도 필요했다”고 전했습니다.
다음은 김학민, 김은지PD와의 일문일답.
Q. ‘흑백요리사’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가장 어려웠던 의사결정은 무엇이었나?
김학민 PD : 촬영 현장에서는 안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려고 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고민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 내부 회의를 할 때는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차원에서 고민이 많았다.
김은지 PD : 특히 ‘흑백’이라는 계급구조와 흑수저 출연자들에게 닉네임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가장 많이 싸웠다.
Q.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했나?
김학민 PD : ‘그동안 못 보던 새로운 그림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했고 그래서 고민이 될 때는 조금이라도 더 새롭고 신선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대중성이 있는 선택을 따라갔다.
Q. 새로운 선택은 늘 리스크를 동반하는데 어떻게 관리했나?
김학민 PD : 애초에 ‘흑백요리사’는 윤현준 스튜디오 슬램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고 윤 대표가 뼛속까지 창작자이다 보니 그게 믿을 구석이다. 참신한 기획이라면 다소 과감한 도전도 해볼 수 있는 힘이 된다. 또 공동 연출로 일하다보니 의사결정 과정에서 마음이 좀 더 든든했다.
김은지 PD : 전반적인 조직 문화도 그렇고 선배(김학민 PD)가 수평적으로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저도 편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Q. 넷플릭스라는 거대 OTT 플랫폼과 협업하면서 무엇이 인상 깊었나?
김은지 PD :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해서 시각이 좀 트인 기분이다. 제일 처음 떠오르는 건 ‘흑백’이라는 콘셉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불편한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네이밍이나 메시지 전달에 신경을 더 썼던 것이 기억이 난다.
김학민 PD : 이번이 넷플릭스와 두번째 협업인데 제작자에게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부분을 배려하고 지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콘텐츠 시장이 변화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나?
김학민 PD : 콘텐츠 시장에서 OTT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빨라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OTT와 협업한 프로그램은 보통 4~5주에 걸쳐서 공개되는 동안 압축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금방 다음 콘텐츠에 자리를 넘겨주는 경우가 많은데 좀 아쉽다.
김은지 PD : 준비기간은 훨씬 길어져서 거의 1년간 준비하고 실제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일단 공개가 되면 짧은 기간 안에 시장 반응이 결정 난다. ‘흑백요리사’는 운 좋게 반응이 좋았지만 반응이 좋아도 길어야 4주 지나면 다른 이슈로 관심이 옮겨가기 때문에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Q.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이 크게 터졌다. 처음부터 글로벌 마켓을 생각했나?
김은지 PD : 일단 저희 마음 속에 1번은 대한민국 시청자들이다. 왜냐하면 예능이라는 건 정서적, 문화적으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나 ‘흑백요리사’는 요리 예능이라는 장르였기 때문에 한국적인 요소가 컸다. 그래서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보너스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 넷플릭스 코리아 측의 가이드라인도 첫번째 시장은 대한민국이다.
김학민 PD : 처음부터 한국 시청자들을 위한 기획을 했고 글로벌 시장 반응은 감사할 뿐이다. 다만 이 콘텐츠가 글로벌 환경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그런 관점에서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
[김하영 기자/ kim.hayoung@mk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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