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돈에 의한 쉬운 (투자) 시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투자자들은 초저금리에서 벗어난 시대에 적응해야 합니다.

"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22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이후 유지된 초저금리 시기 기업들이 대출을 쉽게 받았고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상승을 누리기 쉬웠지만 앞으로의 경제 환경은 다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크스 회장은 "지난 수십 년간의 미국 경제와는 다른 환경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기업의 영업이익도 줄어드는 새로운 '노멀'(normal)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스 회장은 "현재 금융업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2021년까지 금리가 하락하는 것만을 경험했지만 이 기간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고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사상 최초로 금리를 0%대로 낮췄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거쳐 2022년에야 금리는 다시 1% 위로 올라왔다.


이후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며 기준금리가 2년 만에 5.5%까지 올라섰다.

마크스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비상사태'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연준은 기준금리 0.5%포인트를 한 번에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마크스 회장은 추후 10년간 평균 금리가 3%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지만 경기 침체가 왔을 때 금리 인하를 위한 여유를 남겨 두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마크스 회장은 제로금리 종결에 적응하며 기업들이 레버리지를 쉽게 높이지 못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환경이 투자자에겐 더 좋은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부동산 등의 자산을 낮은 가격에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때 할인된 가격에 자산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보다도 사모대출 시장이 유망하다고 봤다.

사모대출이란 운용사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모아서 기업에 대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일반적인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마크스 회장은 "대출 투자에서 과거보다 레버리지가 적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더 적은 위험으로 주식 같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사모대출 수익률은 10%를 초과할 수 있어 이 기회가 매력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크스 회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기에는 특히 분석에 기반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표를 얻기 위한 후보들의 공약이 경제적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있지만 경제법칙을 무시하는 정책은 시장의 한계에 부딪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든 경제의 본질적인 법칙을 이길 수는 없고 경제적 결과를 강제할 순 없다"며 "정치적 변환기에는 투자자들이 감정적 반응을 최소화하고 경제의 펀더멘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크스 회장은 투자에 있어 리스크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높은 수익률과 높은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거시경제 예측에 의존하는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를 판단할 때 하나의 결과에 기대기보다는 확률 분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투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 5%일 때 매도한다'와 같은 일정한 투자 규칙을 정해 두고 따르는 것이 때로는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마크스 회장은 다음달 12일 매일경제신문과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공동 개최하는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 2024(GAII 2024)'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전 세계 투자 큰손들이 시장 전망을 공유하는 GAII 2024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참가 등록은 다음달 10일 자정까지 GAII 2024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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