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보도국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정호 기자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대출 금리는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늘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습니다.

무려 3년 2개월만에 통화정책 방향이 전환되면서, 대출을 앞두고 있는 예비 차주들은 금리 인하 기대를 가졌는데요.

하지만 시중금리는 오히려 역주행하면서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최근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증가를 우려해 은행권에 직접적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했는데요.

이에 은행권에서는 손쉽게 가계대출을 억제할 수 있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특히나 가계부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먼저 관리 대상이 됐습니다.

4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7월에 2.8%대의 하단을 기록했는데, 현재는 4.15%로 빠르게 올랐습니다.

뿐만아니라 대표적인 정책자금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도 이미 지난 8월에 소득수준에 따라 적게는 0.2%p에서 많게는 0.4%p 까지 금리를 올렸고요.

전세자금 정책대출인 '버팀목 대출' 역시 8월에 비슷한 폭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왜 금리 역주행을 고려하면서까지 대출을 조이려고 하는 걸까요?


【 기자 】
네, 지난 금통위 때 금리인하를 결정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내수부진 우려' 였습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덧붙여 "고금리 기조로 소매판매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고금리를 내수회복 지연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한 요인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이었습니다.

직전 8월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이었고요.

따라서 둘 다 억누를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제한은 어느정도 예상된 내용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지난 17일)
- "신규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대출증가'의 문제와 '부동산 시장' 문제가 촉발되다보니,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조금더 타이트한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는상황입니다. (따라서) 그 시장(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는 가산금리등의 조정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


【 앵커멘트 】
디딤돌이나 버팀목같은 정책자금대출은 서민, 그리고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상품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만약 이들 대출의 문턱도 높아진다면, 서민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 않을까요?


【 기자 】
실제로 금리인상 이후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정책에 반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대체로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불만의 목소리였습니다.

정책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자 자금운용계획이 틀어졌다는 한숨 섞인 글들도 다수 올라왔고,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에겐 피해 없게 하겠다"던 기존 입장과 상반하는 정책방향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여기에 최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은행권에 주택도시기금대출 취급 제한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면서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축소된다는 소식이 추가로 전해지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에 '원리금 상환'이 전제되는 DSR이 적용된다는 등의 소식도 이어져 나오면서 당장 주택 구입을 고려하지 않고있는 서민들도 반발했습니다.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로 작용했던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 늘어나면서 이른바 '주거사다리'가 끊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앵커멘트 】
논란이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논란을 마주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 기자 】
네, 대출현장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당국은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주말 은행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일단 오늘(21일) 시행으로 예정됐던 디딤돌 대출 한도 규제는 잠정적으로 유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출 규제에 실수요층에서 예상보다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자 깜짝 놀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처럼 갈피를 잡지못하고 우왕좌왕하자 대출현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KB국민은행은 14일엔 '조치를 시행한다', 17일엔 '21일로 시행을 연기한다'고 했다가, 또 18일엔 '시행을 잠정 연기한다'고 알리는 등 일주일 새 수차례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또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제한조치도 당분간 덮어놓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 앵커멘트 】
일단 대출을 고려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급한 불은 꺼진 셈이네요.
그렇다면 향후 정책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 기자 】
당장 현장의 반발에 진행을 멈추긴 했지만, 일단 금융당국의 정책방향 자체는 확실해보입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긴 했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관리는 지속적으로 할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고요.

가계부채 중에서도 부동산관련 대출을 최우선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도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향후 관련 대출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매일 상황 잘 살피셔야겠습니다.

또 정책 입안자들도 서민과 실수요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겠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지금까지 보도국 이정호 기자였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기자 】
네 감사합니다.

[ 이정호 기자 / lee.jeongho@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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