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만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섰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0.25%포인트 내린 3.25%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국내 자본시장은 금리 인하를 일찌감치 예측하고 움직이고 있었지만 인수·합병(M&A)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이 '큰손' 원매자로 등장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매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남상욱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전략·재무자문본부장은 알짜 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저금리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났을 땐 미래 성장성을 담보해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지나치게 높게 받던 매물들도 M&A 시장에서 거래됐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전히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높이 차이가 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이익 성장성이 높은 회사들을 사려는 대기업 혹은 알짜 중소기업의 모습이 더 자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많은 대형 사모펀드(PEF)도 좋은 기업 매물들을 눈여겨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기관 전용 PEF 동향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PEF 총약정액은 136조4000억원으로 2004년 PEF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보수적으로 투자를 집행해 드라이파우더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남 본부장은 "대형 PEF들이 전략적투자자(SI)와 손잡고 기업 매물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며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매각) 거래 등을 포함한 전통 방식의 M&A도 4~5년 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소비재, 인프라스트럭처 산업군이 M&A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필두로 한 신성장 산업과 다르게 안정적인 캐시플로(현금흐름)가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에너지·인프라 산업군은 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며 잠재 매수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제품 공급이 많은 2차전지, 이커머스 업체도 M&A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2차전지 산업은 기술력과 우량 고객군을 확보한 국내 업체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남 본부장은 향후 상장 주식시장에선 공개매수 거래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국내 대형 PEF인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남 본부장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다른 기업들도 공개매수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상장사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중장기 사업 전략을 짜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인수자들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고려하는 사례가 많다"며 "회사는 좋지만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기업가치 저평가를 감내하고 있는 곳에 한해 공개매수를 통한 M&A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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