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더 이상 공개매수 가격 인상은 없다고 선언하자 공개매수 대상인 영풍정밀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 주가는 급등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54% 급락한 3만1250원으로 내려앉았다.

장 초반 한때 2만9900원까지 떨어지며 공개매수가인 3만원을 밑돌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1.68% 오른 78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여전히 공개매수가인 83만원 이하의 주가를 이어나갔다.

반면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은 주가가 급등했다.

영풍은 전 거래일 대비 15.45% 치솟은 38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영풍정밀과 영풍의 주가 변동폭이 정반대로 커진 것은 전날 MBK가 발표한 공개매수 가격 동결 소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9일 MBK는 경쟁 과열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고려아연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대상인 영풍정밀은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 동결로 고려아연 측 추가 인상 부담도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인상 시 금융감독원의 과열 경고를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게 된 영풍은 추가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추가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기업 재무구조와 미래 가치 훼손 우려가 줄어 투자심리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려아연이 금감원 경고에도 공개매수 가격 상향을 논의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향후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이사회를 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일이 14일로 다가온 만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공개매수가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일이 MBK보다 늦어 이사회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 상향 결정을 꺼낼 가능성이 높다.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위해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도 1000억원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영풍정밀은 제리코파트너스가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영풍정밀 지분 전량을 포함한 최씨 일가 측 지분 550만2534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하나증권에서 1000억원을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유 전 총재는 최 회장의 모친으로, 영풍정밀 지분 6.27%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유 전 총재를 비롯한 최씨 일가가 자금을 동원하면서 추가적인 공개매수가 인상을 위한 자금을 사전에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제리코파트너스도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가격 상향 등 안건을 논의했다.


최 회장 측은 가격 외에 공개매수 물량을 늘려 MBK 측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영풍정밀의 경우 최대 매입 물량이 MBK 측은 684만801주, 최 회장 측은 383만7500주다.

MBK 측 공개매수 기간이 14일에 먼저 종료되지만 최 회장 측이 가격을 소폭 올리더라도 물량을 크게 늘리면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오대석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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