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극심해진 중동 갈등으로 향후 미국 증시와 경기 전망이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경제 연착륙에 맞춰 인프라스트럭처, 에너지, 리츠와 소형주 섹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 매일경제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만 담는 투자 포트폴리오로 업계에서 주목받는 레그넘투자자문에 의뢰해 빅컷 이후 시장 상황을 예측한 결과, 미국 경기가 연착륙 시나리오를 밟아가는 가운데 주식시장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연준의 이번 빅컷은 이후 발표된 경기지표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경기 둔화를 인정하는 '침체성(Recession)'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보험성(insurance)'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춘광 레그넘투자자문 대표는 "과거 40년간 인하폭이 50bp에 달하는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은 2001년 닷컴버블 붕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침체기에 나타났다"며 "다만 이번 인하폭은 그때와 같지만, 매우 강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고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미국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내놓았고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이번 보험성 금리 인하는 자본시장에 확실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빅컷은 과거 미국 경기가 연착륙하던 시기에 이뤄진 보험성 금리 인하 때와 비슷한 수준의 주식시장 상승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레그넘투자자문에 따르면 보험성 금리 인하가 이뤄진 1984년, 1989년, 1995년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평균 수익률은 16.1%에 달했다.
여기에 주요 기업 실적의 개선세가 이어지고, 빅컷에 따라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민간 부문 투자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과거와 유사한 수준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투자하기 유망한 미국 ETF로는 우선 유틸리티(인프라) 관련 종목이 꼽혔다.
2021~2022년 통과된 인프라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 등 총 4조2000달러(약 5600조원) 규모의 정부 재정지출 확대법 효과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제조업 건설 지출이 예년보다 폭증하고 있는 점이 그 이유다.
실제로 대표 유틸리티 ETF인 GRID(First Trust NASDAQ Clean Energy Edge Smart Grid Infrastructure Index Fund)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8.49%에 달한다.
에너지 섹터는 지난 9월 백악관 고위 관료들과 주요 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AI 에너지 인프라를 논의함으로써 투자 확대가 기대되므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당시 회의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은 AI 기술 발전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 세계 AI 산업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 지원이 논의됐다"며 "AI 관련 초기 투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원전 등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소형주와 리츠는 기준금리 인하와 미국 경기 연착륙의 가장 큰 수혜 분야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 증시에서도 중국 증시 등에 투자하는 종목이 급상승했지만, 관련 상품 매수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 대표는 "최근 중국 정부 정책은 구조적 해결책보다는 정부 자금으로 주가만 띄우는 임시방편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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