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개발 경쟁 ◆
한국에서도 대형 도심 복합개발 물꼬가 트이고 있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1960년대 전후(戰後) 개발이 이뤄진 다음 서울에서 제대로 된 대규모 개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문가들은 사업비 90%가량을 단기 금융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만 의존하는 개발 형태나 토지 수용에만 집착하는 사업 진행 방식 등 한국 개발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보완되어야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경기 영향을 심하게 받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 특성상 더 다양한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도쿄 도심에서 20년에 걸친 대규모 복합개발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구조가 있다.
미쓰이·미쓰비시·모리 등 일본 대형 디벨로퍼는 우량 자산을 리츠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후 이를 개발에 투입한다.
미쓰이부동산은 최대 규모 리츠인 일본빌딩펀드, 미쓰비시지쇼는 일본부동산투자신탁, 모리빌딩은 모리힐스리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 비중이 월등히 높아 금리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 부동산증권화협회에 따르면 일본 리츠(J-REITs)의 시가총액은 올해 7월 말 기준 14조7700억엔(약 137조원), 편입자산 총액은 23조1600억엔에 달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시가총액 8조원에 편입자산이 22조원인 한국보다 20배나 크다.
또 대형 개발사업을 촉진하려면 미국·영국·싱가포르 등에서 흔한 '토지 임대 방식'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공중권(건물 옥상 이상의 공간을 이용할 권리) 개발 방식을 적용해 민간개발사인 아젠트릴레이티드에 해당 철도 용지의 공중권을 99년간 장기 임대했다.
장기 임대권은 임차인(개발자) 입장에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소유권 유지와 임대수익 창출이라는 점에서 토지 소유주 역시 이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땅을 확보해야 사업이 진행되는 한국 대형 개발사업 구조는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고 이는 매몰비용이 늘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한국은 외국 자본이 아니면 국공유지나 시유지를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 불가능하다.
이는 도심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확실한 개발 주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에서는 뉴욕시와 맨해튼 자치구, 토지 소유자인 MTA, 지역 커뮤니티,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허드슨 야드 개발공사(HYDC)가 조직돼 사업을 끝까지 관리감독했다.
도쿄의 대형 개발사업도 디벨로퍼를 비롯해 지자체, 인근 주민과 상인 등이 조직한 '지구별 기반정비 검토위원회'가 사업 시작부터 사후 관리까지 담당한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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