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온라인 꽃배달 서비스 회사를 운영하던 윤영미 씨(37)는 창업 5년 만인 지난해 말 회사를 접었다.

국세청에 폐업신고를 하고 법인 청산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윤씨는 "사업을 접은 것도 우울한데 법인을 청산하는 데 돈이 200만원 가까이 들더라"며 "직원 퇴직금과 밀린 임금을 주고 거리에 나앉을 판이라 청산하지 않고 그냥 법인을 놔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와 극심한 내수 부진 여파로 매출과 이익이 아예 없는 이른바 '깡통법인'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매일경제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의뢰해 받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를 신고한 영리법인 중 수입금액(매출)과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이익)이 모두 '0'인 법인은 지난해 2만7568곳에 달했다.

작년 국내 영리법인이 114만8701곳(국세청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2.4%가 깡통법인인 셈이다.

깡통법인은 2015년 1만115곳에서 계속 증가해 9년 만에 2.7배나 급증했다.


이에 대해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새 창업 열풍이 불면서 청년층과 퇴직한 장년층이 잇따라 창업했지만 급격한 경기 둔화로 직격탄을 맞아 폐업이 늘어난 탓"이라며 "여기에 폐업 후 법인 청산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매출이 없는 상태로 방치된 '무늬만 회사'가 많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법인이 폐업신고만 하고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채 5년이 지나면 법원은 '해산간주 등기'를 하고, 이로부터 다시 3년이 흐르면 '법인청산종결 등기'를 내린다.

문제는 법인을 정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이다.

폐업한 경영자가 해산 등기를 신청하면 처리에 보통 2주가 걸리고, 청산 등기는 추가로 2개월 넘게 소요된다.

비용도 최소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 이상 들어간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사업을 접고 폐업신고한 개인·법인사업자(폐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작년 폐업자는 98만6487명으로 국세청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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