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코리아' 행진을 이어온 외국인투자자가 8월 들어 코스피에서 3조원 가까운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두 종목의 주가는 한 달 새 10% 이상 급락했습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물을 소화하면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모양새입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조8천68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외국인이 월간 기준으로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1조3천307억원) 이후 3개월 만이며,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10월(2조9천442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큽니다.
외국인은 상반기 국내 상장주식 총 22조9천억원을 순매수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3,000선 돌파 기대가 커졌으나, 이달 들어 매수세가 확 꺾인 것입니다.
8월 외국인 매도세는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습니다.
삼성전자만 2조880억원어치를 투매했고
SK하이닉스도 9천3억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두 종목을 합치면 2조9천억원이 넘는 규모로, 두 종목을 뺀 나머지 코스피 종목들은 순매수한 셈입니다.
같은 기간 기관도
삼성전자를 1조3천782억원,
SK하이닉스를 3천51억원어치 순매도했습니다.
코스피 전체로는 3천28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지난 6월과 7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조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했던 개인은 8월 들어 2조7천965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개인들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3조2천343억원,
SK하이닉스를 1조1천801억원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홀로 받아냈습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11.44%,
SK하이닉스는 10.74% 급락했습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강하게 시사했음에도 탄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이유는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경계감"이라며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 대한 경계감이 더욱 큰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 돌아올지입니다.
실적 발표 이후의 엔비디아 주가 쇼크는 곧 진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전처럼 적극적인 반도체주 매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아직은 불확실성으로 남아있습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첫 금리인하가 이뤄지더라도 하반기 대선 변수 등이 맞물리며 주식시장의 위험선호 확대를 제한할 것으로 본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게다가 8월 중하순 급락한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의 환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해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 현연수 기자 / ephal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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