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조세를 이어가는 글로벌 경기 전망 탓에 원유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원유와 함께 원자재 대표 주자로 꼽히는 금이 역대 최고 수준을 넘볼 정도로 고공행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원유 가격 회복은 향후 미국 내수 경기 회복 수준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강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28달러(2.97%) 급락한 배럴당 74.3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고가였던 지난 3월 31일 86.91달러보다 14.42%나 빠진 것이다.

20일 오후에도 전날보다 소폭 빠진 73달러 초반에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는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금과 마찬가지로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 달러는 연준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통화 6종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기준 101.89로 7월부터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원유 가격은 오히려 달러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최근 원유 가격 변동에는 달러가치보다 실제 수급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의 원유 재고가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 14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35만배럴 증가했다.


여기에 추가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에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 유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EIA는 3분기 중국의 일간 원유 소비분이 1614만배럴로, 2분기 1640만배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인 중동 갈등이 해소 조짐을 보이는 것도 가격 약세를 부추겼다.

실제 19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석방 협상에 대한 중재국들의 권고안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나오자 유가는 하루 만에 2.97%나 빠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원유 가격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EIA는 최근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올해 WTI 가격을 한 달 전 전망보다 1.82달러 내린 80.21달러로 수정했다.

내년 유가도 기존 전망 대비 2.67달러 낮춘 81.21달러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 소비 위축 현상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봐서다.


반면 최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지표에서 미국의 소비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이 나타난 만큼 원유 소비가 다시 늘고 가격도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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