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정책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신청액이 전년 동기의 12분의 1로 급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제공하는 보금자리론은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반환, 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환 용도로 신청할 수 있는 정책 모기지 상품인데,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매력도와 인기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보금자리론 신청 금액은 2조3553억원이었다.

이는 작년 상반기 보금자리론의 유효 신청 금액(28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2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최근 주택 구입 수요가 확 증가하면서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물론 버팀목·디딤돌대출 수요 등도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금자리론이 이렇게 외면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책금융 상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보금자리론의 수요가 이렇게 줄어든 배경에는 까다로워진 요건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금리가 있다.


지난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1월 말부터 보금자리론으로 이름이 바뀌고 개편되면서 요건이 강화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 받을 수 있었지만, 새로운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기존에 없던 소득 조건도 추가돼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아 굳이 보금자리론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6월 기준 보금자리론 금리는 '아낌e-보금자리론' 기준으로 연 4.05%(10년)~4.35%(50년)였다.

올 7월 금리는 연 3.95~4.25%였다.


반면 7월 2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5년물 주담대 금리는 최저 3.05%에서 최고 5.79%에 형성됐다.

상단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하단은 상대적으로 보금자리론보다 낮다.


정부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지침에 따라 은행은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하락세여서 앞으로 보금자리론의 신청 금액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주담대 갈아타기, 즉 대환대출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보금자리론 고객이 시중은행 주담대로 갈아타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비교적 높은 보금자리론은 신규 수요가 많이 줄었다"며 "반면 기존에 받았던 보금자리론을 다른 대출로 갈아타려는(대환) 고객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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