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떨어질때마다 사던 누나, 방긋 웃더라”…6개월만에 910원 찍은 엔화값

日금리인상 가능성 커지자
달러당 엔화값 큰폭 올라
“엔테크 투자자 분할 매도를”

25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엔화 환율이 표시되고있다.

[김호영 기자]

엔화 가치가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며 100엔당 원화값이 6개월만에 910원을 돌파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 미국은 금리인하 기조, 일본은 금리인상 기조로 엇갈려 양국간 금리차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엔화 강세 흐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값은 오후 3시 30분 기준 906.41원을 기록해 전장(오후3시30분 기준) 대비 11.30원 떨어졌다.

100엔당 원화값은 엔화 강세폭이 커지면서 이날 장중 한때 911.23원까지 떨어졌다.

슈퍼엔저 효과로 100엔당 85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화값이 910원대에 진입한 것은 1월9일(912.14원) 이후 6개월만에 처음이다.

같은 시간 달러당 원화값은 전장 대비 1.6원 내린 1385.4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이날 100엔당 원화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건 엔화값이 달러 대비 큰 폭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오후 3시 기준 152.78엔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155엔대였던 엔화값은 전날 밤 뉴욕외환시장부터 줄곧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엔화값은 달러당 161엔대였는데 불과 3주만에 10엔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오는 30~31일 개최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고노 다로 디지털혁신담당상 등 주요 정치인이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발언을 잇달아 한 것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달 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주목받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엔화 약세는 미일간 금리차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가 영향을 줬는데, 양국 금리차가 줄어들 경우 엔화 강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가와 마키 소니파이낸셜그룹 수석애널리스트는 닛케이에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세가 둔화된데다 미국 대선도 다시 혼전 양상으로 접어든 것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당분간 엔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BOJ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외환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엔화값은 달러대비 150엔까지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원화값은 달러당 9거래일째 1380원대에 머물며 계속 약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 엔화 약세를 문제시하는 발언을 하는 등 엔화 가치가 반등하는 배경이 명확하다보니 원화의 엔화 동조화 흐름이 평상시보다 약하다”고 분석했다.

내수 경기 악화 등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것도 최근 달러 약세 분위기에서도 원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때문에 원화값이 엔화가치 대비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 가치 상승은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를 구입한 투자자들에겐 희소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엔화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좀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100엔당 900원대에 ‘엔테크’에 뛰어든 투자자의 경우 급한 자금이 아니라면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과거처럼 다시 ‘100엔=1000원’이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100엔당 원화값이 900원 중반대를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금 성격에 맞춰 보유중인 엔화를 분할 매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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