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법 개정안 ◆

70대 주부 A씨는 남편을 여의고 서울지역 아파트를 상속받아 세금 970만원을 냈다.

낡은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데다 뚜렷한 수입처도 없지만 집값 상승에 재산가액이 11억원이 넘자 적지 않은 세금을 내야 했다.

현행 세법상 10억원이 넘는 재산부터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25일 기획재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상속세율 인하, 과세표준 구간 조정, 공제 확대 방침을 밝힌 것은 A씨처럼 과도한 세 부담에 몰린 국민들을 의식한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상속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는 통상 12억원 넘는 재산부터 상속세가 매겨지기 시작한다.

다만 보유 재산과 자녀 수에 따라 세 부담 경감폭은 달라진다.

만약 성인 자녀 두 명을 두고 1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재산가액이 20억원이 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정부 상속세 개편안의 핵심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대기업 최대주주에 최고세율 60%를 적용하는 할증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거나 주주배당을 늘린 밸류업 기업의 경우 모든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산층 국민과 직결되는 부분은 자녀 1인당 공제금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높이겠다는 대목이다.

상속세는 상속 재산가액에서 공과금과 채무, 장례비용 등을 빼고 남은 돈(과세가액) 가운데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세금을 매기는 기준(과세표준)을 구한다.


상속공제에는 기초공제(2억원)와 성인 자녀 1인당 5000만원씩 과표에서 빼주는 인적공제가 있다.

이때 기초공제·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5억원) 중 큰 금액을 적용해 공제한다.

즉 피상속인의 자녀가 6명을 넘지 않는다면 보통 5억원을 일괄공제받게 된다.

여기에 배우자의 경우 상속액 5억원 이하는 5억원, 상속액 5억원 초과는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산출한 과표가 △1억원 이하 △5억원 이하 △10억원 이하 △30억원 이하 △30억원 초과로 각각 10~50%의 세율을 매긴다.


하지만 세법이 개정되면 자녀 1인당 인적공제액이 5억원으로 높아지고 세율도 △2억원 이하(10%) △5억원 이하(20%) △10억원 이하(30%) △10억원 초과(40%)로 낮아지면서 세 부담이 크게 경감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 1명과 성인 자녀 2명이 25억원짜리 아파트를 법정 상속 비율대로 물려받는다면 현재 2억1201만원인 상속세 부담은 2494만원으로 낮아진다.

만약 25억원 아파트에 더해 금융자산 5억원까지 상속받는다고 해도 세 부담은 2억7327만원에서 5903만원으로 줄어든다.

30억원짜리 아파트 1채를 상속받을 때 상속인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3억1594만원에서 7206만원으로 감소한다.


전체 상속액수를 상속인 수만큼 나눈 뒤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도입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상속 총액에 먼저 세금을 매긴 후 상속인들에게 재산을 배분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신 자녀 1인당 인적공제 금액을 5억원으로 늘려 유산취득세와 비슷한 효과를 내도록 했다.

상속인 수가 많아질수록 세 부담이 줄어들게 설계한 것이다.


세무업계에서는 24년 만에 세제 변경이 추진되는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세법개정에서 유산취득세 전환 방향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자녀 인적공제를 대폭 올리면서 중산층 세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든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향후 상속세 개편의 최대 변수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다.


특히 최고세율 10%포인트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에 따라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야당의 동의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세수 4조3515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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