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올해 상반기 신용평가 정기평가 결과 금융업종 내 신용도가 하락한 기업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았던 금융사의 신용도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금융사 중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된 곳은 12곳에 달했다.

반대로 상향된 곳은 4곳에 불과해 상·하향 비율이 0.33배에 그쳤다.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은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 수를 떨어진 기업 수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신용등급과 전망이 내려간 곳이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한신평에 따르면 금융업종의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은 2022년까지만 해도 2.14배로 신용등급이 오른 곳이 더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이 비율은 0.38배로 하향 우위 기조로 전환됐고 올 상반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다른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금융사 중 신용등급·전망이 오른 곳은 3곳에 그쳤지만 떨어진 곳은 17곳에 달했다.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이 0.18배로 한신평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금융사 중 신용등급을 올린 곳이 없었다.

등급 전망을 상향한 곳만 4곳이었고 반대로 16곳에서는 신용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사 중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곳은 할부리스, 저축은행, 증권 등 최근 실적이 크게 저하된 업종에 분포돼 있었다.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경우엔 향후 수개월 내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험이 크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동산 PF 사업 수익성 부진과 개인금융 건전성 부담 확대로 2금융권의 신용도가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특히 PF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2금융권은 신용도 위험을 계속 안고 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신평 측은 "일부 금융사는 잠재 부실 현실화 과정에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상승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도 폭이 크지 않고 속도도 느릴 전망이라 고금리 장기화를 고려하면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증권, 캐피털, 저축은행의 단기적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증권사 중 SK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PF 관련 우발채무로 수익성이 악화된 곳의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됐다.

저축은행 업종에서도 신용도 하락 타격이 컸다.

3대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를 부여한 저축은행 30여 곳 중 절반 수준인 16개사의 신용등급·전망이 올 상반기 하향됐다.


개인·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한 탓에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며 총여신 규모가 줄어 사업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여신 규모가 큰 곳일수록 만기 연장 및 부실에 따라 대손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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