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상가 권리금 중개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후 이를 둘러싼 제도 개편에 관심이 모인다.


2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협회 산하 부동산정책연구원이 국토교통부와 함께 한국부동산경영학회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오는 8월께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현 공인중개사법에서 권리금은 공인중개사의 중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법 개정 필요를 짚어보는 것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2020년 어린이집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며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서 권리금 계약서를 써주고 중개보수 명목으로 250만원을 받은 A씨에게 100만원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되 범죄 정황이 가벼운 경우 형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처분이다.


권리금은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보증금과 월세 외에 상가의 유·무형 가치를 평가해 새로운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주는 돈으로, 입지가 좋아 장사가 잘되는 곳에 붙는 프리미엄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도 이 같은 권리금 거래를 합법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중개대상물을 토지, 건축물, 그 밖의 토지의 정착물, 시행령으로 정하는 재산권과 물건으로 한정했다는 것. 권리금 중개 사항은 행정사법에 있다.

이는 행정사가 아닌 사람이 타인을 대리해 권리·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업으로 작성하는 것을 금지한다.

A씨도 행정사법 위반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중개업계는 대법원 판결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상가 계약 중개 때 임대차는 공인중개사가, 권리금은 행정사가 나눠 맡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공인중개사가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김학환 부동산정책연구원장은 "중개 실무를 모르는 행정사가 권리금만 따로 중개하는 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연구용역 결과가 8월께 도출될 예정이라 국토부와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측도 "법 개정으로 중개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관련 부처와 협의해 법 개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웃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행정사법과 유사한 일본 행정서사법에는 행정서사(우리의 행정사)가 권리·의무와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한다고 적시했다.

그는 "우리 법과 유사한 일본 법에서도 공인중개사의 권리금 중개를 처벌한 사례는 없고, 오히려 일본 교통성이 권리금 중개보수에 대해 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기준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고 했다.


서구에서도 '권리금'이란 명칭은 없지만 임차인이 오래 쌓아온 영업 가치를 보장하는 장치를 둔다.

미국은 상가 임차인이 임차권과 함께 재고와 고객 관계, 노하우 등 유·무형 자산을 일괄 넘기는 영업양도권을 인정한다.

우리의 권리금과 유사한 제도다.

영국과 프랑스도 단골 고객 등 무형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영업권·영업소유권 등을 인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권리금 중개 주체의 법적 지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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