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
▲CEO 오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우리나라의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식료품과 의류 등 필수소비재 가격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우리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초 5%에서 지난해 2.7%로 낮아졌지만 국민들께서 피부로 잘 느끼시지 못하는 이유"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총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이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로지역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물가상승률은 떨어지는 추세"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지난해 하반기(3.3%) 대비 0.4%포인트(p) 낮아졌습니다.

2~3월에는 농산물 가격, 국제 유가,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3%를 웃돌았지만 4월 이후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3%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같은 기간 근원물가 상승률(2.4%)도 지난해 하반기(3%) 대비 0.6%p 낮아졌습니다.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상승모멘텀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기준 2.2%까지 내려왔습니다.

하반기 물가 전망과 관련해 이창용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의 둔화 흐름 등을 볼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대로 완만한 둔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중에는 2.5%를 밑도는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는 5월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는 성장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출과 내수 간 회복세에 차이가 있어 내수 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물가 확신까지 통화 긴축기조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수가 부진한 배경에 높은 수준의 금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 상방 위험이 커졌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여러 경제 주체가 겪고 있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물가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실질소득의 감소, 높은 생활 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섣부른 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캐나다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고금리로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도 현 기조를 유지할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경제동향 6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는 등 고금리 기조는 내수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총재는 정책 전환 시점이 늦을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 등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현 상황에선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준금리를 빅스텝으로 인상하던 때의 거친 풍랑은 이제 어느 정도 잦아든 듯하다"면서도 "지금은 수면 아래 곳곳의 보이지 않는 암초를 피해 항로를 더욱 미세하게 조정해 나가야 하는 또 다른 어려움을 마주한 시기"라고 규정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올해의 중앙은행장으로 선정

이창용 총재는 글로벌 금융전문지 더뱅커로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올해의 중앙은행장'으로 선정됐습니다.

한국은행은 2024년 1월3일 더뱅커에서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해 세계 경제가 고전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를 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 이창용 총재의 공로를 높게 평가해 올해의 중앙은행장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뱅커는 이창용 총재가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수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를 다른 선진국보다 빠르게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더뱅커는 "이 총재가 가계부채에 대한 통제와 거시·미시경제 차원의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다"며 "더 많은 여성과 이민자의 노동시장 참여도 주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의 중앙은행장 선정을 두고 "현재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며 "한국의 성공적 여정은 통합적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 글로벌 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으로 뽑혀

이창용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에 선임됐습니다.

한국은행은 2023년 11월13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 총재회의에서 이 총재가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에 뽑혔다고 밝혔습니다.

임기는 3년입니다.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는 BIS 총재회의의 최고위급 핵심 협의체로 해마다 4차례의 정례회의 및 긴급회의 등을 열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금융시스템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 적절한 정책방안 권고 등을 통해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및 금융안정 책무를 원활하게 이행토록 지원하는 공조채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그동안 주로 주요 7개국(G7)에서 의장직을 맡아왔는데 이 총재의 선임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의장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 직원들의 조사연구 역량을 높이고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한국은행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건사고

△한국은행 일시차입금 제도 논란

한국은행이 정부에 돈을 빌려줘 부족한 세금수입을 메꾸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들은 2023년 10월23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의 일시차입금 제도를 비판했습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모두 113조 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재정증권 발행 절차 등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 통화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시차입을 선택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이창용 총재는 일시차입금 제도가 장단점이 있는 제도이기에 국회에서 그 한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정부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한다는 면에서 단점이 있지만 단기 유동성을 조절할 때 60일 이내에서는 더 효율적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다만 연속적으로 빌렸을 경우에는 기조적으로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국회에서 한도를 정해주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론스타 사태 연루 의혹 제기

시민단체가 이창용 총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당시 이창용의 론스타 사태 연루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는 2022년 4월8일 성명을 통해 "이창용,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론스타 사태에 연루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이창용 총재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근무할 때 금융위원회에서 론스타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일제조사를 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자인했는데 금융위원회에서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도록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에서 "이창용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재직할 때 론스타가 일본에 호텔,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산업자본임을 자인했는데 금융위원회가 이를 묵살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소명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22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론스타를 산업자본 즉 비금융주력자로 보지 않은 이유를 추궁했습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법 적용을 다르게 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외국계는 특수관계를 다 조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다른 식으로 조사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론스타 사태는 미국계헤지펀드인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매각하면서 수조 원의 차익을 거둔 사건을 말합니다.

여기에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 달러(약 6조1천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국제중재를 제기했습니다.

중앙재판정부는 2022년 8월31일 한국 정부에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습니다.


▲생애

이창용 총재는 1960년 5월16일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났으며, 율곡 이이의 동생인 옥산 이우의 16대 종손으로 신사임당의 후손입니다.

서울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를 졸업 당시 최우수 성적으로 총장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습니다.

190㎝ 장신으로 고등학교 2학년까지 배구 선수로 활동했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유학할 때 농구를 하다가 무릎과 인대를 다쳐 군대를 면제받았습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창용 총재의 미국 하버드대학교 유학 시절 지도교수였는데, 서머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창용을 국제통화기금에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이창용 총재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같이 공부한 송의영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위원으로 금융정책 밑그림을 그린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통령 직속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을 맡았습니다.

이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4월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됐습니다.

이론과 실무에 밝고 국제적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성격이 호탕하고 일 처리가 합리적이며 대인관계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학력/경력/가족

학력 : 1979년 2월 서울 인창고등학교 졸업
1984년 2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9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

경력 : 1989~1994년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1992년 세계은행 객원연구원
1994년~2003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 부교수
1999년~2000년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방문교수
2003년~2008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04년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2007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2008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2009년 대통령직속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2011년부터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2022년 4월 제27대 한국은행 총재 취임
2022년 5월 국제결제은행(BIS) 이사 선임
2023년 11월 국제결제은행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 선출

가족 : 아버지 고(故) 이재곤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 교수, 어머니 윤양호
남동생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배우자 최윤영씨 사이에 1남2녀


▲어록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얼마 전 통화정책국이 작성한 블로그에서도 강조되었듯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2024년 6월12일, 한국은행 창립 74주년 기념사)

"지난해 대부분 중앙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한 방향으로 달린 것과 달리 올해는 주요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 정책이 차별화할 것이다. 올해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
(2024년 1월, 한국은행 신년사)


[ 황주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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