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4일 장기 국채 매입액을 내달 이후 감축하고, 현재 0∼0.1%인 기준금리는 조정하지 않고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결정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일본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매월 6조엔(약 52조3천억원) 수준이던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국채 매입액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시장 참가자 의견을 확인해 내달 30∼31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향후 1∼2년간 매입 규모를 어느 정도 축소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국채 매입액 축소와 관련해 "국채 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예견 가능한 형태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우에다 총재는 "아주 조금의 감액은 아닐 것이며 (감액이라는 말에) 상응하는 규모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감액 폭, 속도 등에 대해서는 시장 참가자 의견도 확인하면서 확실히 계획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감액 기간에 대해 "먼저 1∼2년 (감액을) 해보고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경제 금융 정세가 어떠한지 등을 고려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향후 국채 매입액을 줄이면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잔고는 상환과 맞물려 감소해 가겠지만, 국채 매입에 따른 완화 효과는 계속해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0.1%였던 기준금리를 인상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으며, 4월 회의에서는 통화정책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우에다 총재는 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 "경제·물가 정세에 관한 정보 등에 따라 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율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일본은행 결정에 대해 닛케이는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에 이어 양적인 면에서도 정상화를 향해 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이번 여름 이후에 보유 국채를 줄여 사실상 '양적긴축'(QT)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적긴축은 시중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는 통화 정책으로 통화를 시중에 공급하는 양적완화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교도통신도 일본은행이 보유 자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양적긴축으로 이동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교도통신은 "일본은행이 지난달 13일 1회당 국채 구입 예정액을 종전과 비교해 500억엔(약 4천360억원) 감액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월간 구입액을 본격적으로 줄인다는 자세를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잔액은 2013년 3월 말에 94조엔(약 820조원)이었으나 지난해 연말에는 6배가 넘는 581조엔(약 5천조원)으로 급증했습니다.

한편, 일본은행이 이날 회의 결과를 발표하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2엔 안팎에서 갑자기 뛰어올라 한때 158엔선을 돌파했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번에 구체적인 국채 매입 감축 규모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발표 내용이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엔화 약세가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줄이면 통상적으로 시장 금리와 통화 가치 상승 요인이 됩니다.

우에다 총재는 이례적인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정책 운용상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확실히 대응해 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엔화 약세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교도통신은 짚었습니다.

일본에서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회의 결과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낮은 0.915%까지 하락했습니다.

[ 이명진 기자 / pridehot@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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