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TV Who Is?] 노벨상 받고도 못 웃는 SKT 유영상…"청춘 바쳤는데"

유영상 SKT 대표
▲CEO 오늘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에서 이동통신 사업권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특혜가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고, 또 경영을 잘해서 오늘날까지 온 부분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유영상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IEEE 마일스톤' 수여식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습니다.

IEEE는 세계 최대 전기·전자공학회로, 이날 SK텔레콤은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보통신기술(ICT)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마일스톤'에 등재됐습니다.

이 자리에는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 등이 참석해 SK텔레콤의 등재를 축하했습니다.

CDMA는 한정된 주파수 대역을 많은 사용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SK텔레콤은 CDMA 기술을 통해 이전에 활용한 아날로그 방식보다 통화 용량을 10배 늘리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유럽·일본 등 기술 강국이 ICT의 역사를 써내려갔지만 SK텔레콤은 2G(2세대 이동통신)의 대표적 방식인 CDMA로 국내 기업 최초로 한 획을 그은 것입니다.

그러나 굳은 얼굴로 단상에 오른 유영상 대표는 "SK텔레콤 구성원으로서 청춘을 SK텔레콤에 바쳤는데,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같은 SK텔레콤의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그는 "(노력과 성과가)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유 대표는 수상소감을 제외하고 추가 주파수 할당, 공정위 조사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였으나, 유독 '특혜 성장' 질문에 대해서만은 답을 아끼지 않고 작심발언을 내뱉은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에 SK 계열사 CEO들은 SK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성장한 것처럼 법원이 곡해했다며 반박했습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SK하이닉스 인수에 기여

유영상 대표는 2011년 SK텔레콤 사업개발팀장으로서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당시 박정호 사업개발실장(현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부회장)과 손발을 맞췄습니다.

SK텔레콤이 인수를 추진할 당시 하이닉스는 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불투명한 데다 반도체 사업은 매년 조 단위의 시설투자가 필요한 만큼 투자한 금액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적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2011년 7월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히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유영상 대표는 인수 파일럿팀 리더를 맡아 직원들과 수평적 소통문화를 구축하고 소규모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문화를 이식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2023년 통신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성장

유영상은 2021년 11월1일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됐습니다.

SK텔레콤에서 투자전문 중간지주사 SK스퀘어(신설회사)가 분할돼 나오면서 당시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 대표로 재직하던 유영상이 대표이사에 오른 것입니다.

유영상은 대표이사에 오른 날부터 'SKT 2.0 시대' 청사진을 공개하며 고객, 기술, 서비스를 3대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습니다.

또 안정적 유무선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 인프라 등 서비스 사업을 강화해 2025년에 매출 23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유영상 대표의 공언대로 SK텔레콤은 2023년 통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성장했습니다.

SK텔레콤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7조6085억 원, 영업이익 1조7532억 원을 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8.8%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KT의 영업이익은 2.4%, LG유플러스는 7.7% 감소했습니다.

인공지능 관련 사업 가운데 특히 유 대표가 강조한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0%로 두드러지게 성장했습니다.

앞서 SK텔레콤은 2022년에도 전년대비 유무선통신과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전 사업 영역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준수한 실적개선세를 나타냈습니다.

△AI피라미드 앞세운 인공지능 시장 공략

유영상 대표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신사업을 꾸려가기 위한 전략으로 'AI(인공지능)피라미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인공지능 사업을 AI인프라·AIX(인공지능 전환)·AI서비스 등 3대 중심사업으로 나누고 자체 기술력 강화(자강)와 함께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을 기반해 확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AI인프라와 관련해 SK텔레콤은 2024년 2월28일 AI 데이터센터(AI DC) 사업 강화를 위해 슈퍼마이크로, 람다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슈퍼마이크로는 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선도기업인 엔비디아(NVIDA)로부터 칩을 공급 받아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슈퍼마이크로는 SK텔레콤의 AI DC에 서버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됩니다.

람다는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를 공급 받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람다 투자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AI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AI DC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유영상 대표는 AI 서비스 분야의 강화를 위해서 글로벌 AI기업 휴메인 등과도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휴메인은 애플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담당 직원들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로 세계 최초로 고도의 생성형 AI를 탑재한 옷핀 형태의 착용형 전자기기 'AI핀'을 선보인 회사입니다.

SK텔레콤은 2024년 2월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휴메인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SK텔레콤 AI핀에 자체 개발 PAA(개인용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적용하고 AI핀의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통신 네트워크 및 요금제, 유통망 제공 등의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글로벌 확장

유영상 대표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출시한 뒤 세계 무대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프랜드는 SK텔레콤이 2021년 7월 처음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가상공간과 아바타를 통해 이용자의 메타버스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자 환경과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유영상은 이프랜드 출시 이후 제휴기업을 늘려 해외 사용자를 확대하는 데 힘쓰면서 사업모델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라이브 영상 중계 기능과 동시접속 지원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문서, 영상, 화면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해외무대에도 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사건사고

△네이버클라우드 AI 인력 빼가기 논란

SK텔레콤이 네이버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인력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네이버클라우드는 2023년 6월15일 SK텔레콤에 "인공지능 기술 인력 빼가기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SK텔레콤이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를 SK텔레콤 미국 법인 대표로 채용하는 등 임직원을 연쇄적으로 빼가고 있다"며 "SK텔레콤 측이 업무 위임 계약서 상의 경업 금지와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법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석근 전 총괄은 2023년 4월 네이버 클로바를 퇴사한 뒤 SK텔레콤 미국 법인으로 옮겨 두 달여 만에 글로벌·AI테크 사업부장직을 맡았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에 따르면 정 전 총괄은 이후 그가 재직 당시 함께 일했던 네이버 AI 핵심 인력에 접촉해 이직을 제안해 다섯 명의 네이버 AI 인력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논란에 대해 당시 SK텔레콤 측은 "네이버클라우드 측의 오해"라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5G통신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 출석

유영상 대표는 2021년 10월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2년 연속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무위원회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려고 했으나 2021년 11월1일 투자전문 중간지주사 SK스퀘어의 인적분할로 박 사장이 SK스퀘어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기로 돼있어 유영상 대표를 증인으로 요청했습니다.

유영상 대표는 국감에서 5G통신 도입 초기에 LTE보다 속도가 20배 빠르다고 광고한 것은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라 '이론적 비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과장이나 허위광고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LTE보다 5G통신은 3~5배가량 속도가 빠른데 커버리지(사용영역) 확장에 수년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유영상 대표는 2020년 10월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당시 이통사는 고가의 5G요금제만 출시해 소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유영상 대표는 "요금인하 필요성에 적극 동감하며 고객 친화적이고 편익을 높일 수 있도록 요금제 개편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늦어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요금제 개편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생애

유영상 대표는 1970년 5월15일생으로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친 뒤 SKC&C를 거쳐 SK텔레콤에서 20년 이상 근무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현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을 도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2021년 SK텔레콤이 지주회사 SK스퀘어와 사업회사 SK텔레콤으로 인적분할하면서 SK텔레콤의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습니다.

평소 임직원에게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력/경력

학력 : 1992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1994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대학원 석사
2007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경력 : 1996년 삼성물산 입사
2000년 SK텔레콤 입사
2009년 SK텔레콤 사업개발팀장
2012년 SK텔레콤 프로젝트 추진본부장
2014년 SK텔레콤 사업개발본부장
2015년 SKC&C 사업개발부문장 상무
2017년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 전무
2018년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
2019년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부장 부사장 승진
2021년 6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전략 태스크포스(TF) '아폴로' 단장
2021년 11월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2022년 2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회장


▲어록

"글로벌 스케일로 기초가 되는 거대언어모델을 만드는 데는 최소 10조 원에서, 많게는 100조 원까지 요구된다. 기술 기반이나, 인력 풀, 인프라까지 고려한다면 결국 3강 체제(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로 가지 않겠나. 거대언어모델은 '자강'과 '협력'을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자강과 협력을 골자로 한 인공지능 피라미드 전략을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
(2023년 9월26일, SKT타워 수펙스홀 기자간담회)

"일반적인 언어 모델을 추구한다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통신사 고유한 언어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식 대화에 더해 감성 대화를 할 때 고객이 진짜 자기 데이터를 AI에 제공할 것이다. AI 서비스 시대를 맞아 더는 통신사가 빅테크에 눌리지 않겠다."
(2023년 2월 27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개막 전 기자간담회)

"SK텔레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네트워크를 진화시켜 모바일 시대를 열었음에도 시대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다. 네트워크 진화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을 지렛대 삼아 AI시대에는 고객관계의 중심에 서기 위해 노력하겠다."
(2022년 6월2일, 한국경영과학회 주최 '2022년 춘계공동학술대회')

"앞으로 10년 안에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하늘을 나는 차(도심항공교통, UAM),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인간의 일을 대신 해주는 로봇, 인류의 로망인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2022년 1월 3일, 2022년도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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