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물적분할’ 한화 주식매수청구권 저울질···지분 줄이나

주식매수청구권 확보 위해
앞선 주총에서 기권표 던져
연금 보유지분 7.4% 달해
한화, 3700억원 한도 설정

한화.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저울질하고 있다.

주가 흐름을 지켜본 후 유불리를 따져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정리하겠다는 취지다.


3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은 지난 16일 열린 한화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상정된 모멘텀 사업 부문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기권표를 행사했다.

사유는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서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에 따르면 분할, 합병과 같이 주주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해선 주주가 공정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기업에 요청하고, 주식을 팔 수 있다.


분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에 반대 혹은 기권 의사를 표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제39조에 따르면 회사 분할 관련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 기금은 반대 또는 기권할 수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한화는 자금을 투입해 이를 사들여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한화 지분율은 7.4%에 달한다.


한화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은 다음 달 5일이다.

국민연금이 실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보유 지분의 어느 정도를 정리할지는 5일 이후 드러날 전망이다.


보통 상장사는 합병, 분할 반대 주주의 주식 매수 청구에 응하기 위해 자금 한도를 설정해놓고, 내부 자금조달 상황을 점검한다.


한화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응해 내부적으로 3700억원의 한도를 설정했다.

약 20%의 반대 주주 물량을 소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매수 요청 금액이 3700억원을 넘어가면, 분할 결정이 철회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한화 보유 지분 가치는 약 1428억원이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무와 관계없이 분할은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한화의 매수예정가격은 주당 2만8394원이다.

이날 종가(2만6550원) 대비 6.95% 높은 수치다.

일각에선 현재 한화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인이 낮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다음 달 5일까지 한화의 주가 흐름을 보고 유동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주가를 봤을 때 대량 매도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최종 주가 흐름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열린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관련 주주총회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목표로 기권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셀트리온 측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자금조달 규모로 1조원을 정해놓았다.


다만 이후 셀트리온 주가가 상승하면서 국민연금은 지분을 정리하지 않았다.

당시 셀트리온은 주가를 매수 예정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소각을 이사회에서 결의한 바 있다.


앞서 한화는 2차전지(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한화모멘텀을 분할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한화모멘텀은 한화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한화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최소 5년 동안 한화모멘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은 전체 주주 53%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한화 주가는 장기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기록한 최고점에서 주가는 71% 하락한 상태다.

보통 지주사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할인(디스카운트)으로 주가가 눌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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