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팔고 하이닉스 사요”…외국인 쇼핑 관건은 ‘HBM’

HBM3E 8개가 탑재되는 엔비디아 AI칩 ‘H200’.(엔비디아 제공)
삼성전자를 꾸준히 매수했던 외국인이 올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대신 외국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주목하며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일까지 삼성전자를 1조1390억원 순매도하며 가장 높은 팔자세를 보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조6861억원 사들이며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올해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것은 이달이 처음이다.


올해 외국인은 지난 2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 삼성전자를 2조원 이상 사들였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수 1위를 유지했다.

지난 4월 말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9조1423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기간 삼성전자만 7조6143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국내 증시에 대한 순매수 기조를 지속했다.

다만 최선호주는 삼성전자가 아니었다.


이러한 외국인 ‘변심’의 가장 큰 이유로 HBM 경쟁력이 꼽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오르며 엔비디아 HBM 핵심 공급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이다.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인 SK하이닉스가 받는 수혜가 지속되면서 주가 재평가(리레이팅)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HBM 예상 수요량 대비 SK하이닉스 생산량이 6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3과 HBM3E 시장 진입이 늦어진 경쟁사 생산량은 SK하이닉스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양사 점유율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면서 하반기 공급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 소식이 미뤄지면서 외국인들이 돌아선 모양새다.

최근 외신은 삼성전자 HBM이 발열 등 문제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4일 3% 넘게 떨어졌다.

24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66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만 해도 ‘8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7만7000원대로 내려왔다.


다만 증권가는 삼성전자 HBM 공급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관련 보도에 “삼성전자 HBM이 실패하면 투자자만큼 상실감을 가질 이해관계자가 젠슨 황”이라며 “SK하이닉스만으로 대응하기에는 물량이 많고 솔벤더(Sole vendor) 방식은 위험성이 있다.

마이크론을 2차벤더로 사용하기에는 생산능력이 20K(2만장)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AI 수요 강세 속에 HBM 공정 난이도 급증에 따른 공급 제약, 경쟁자 단기 추가 대응 여력 한계는 삼성전자 HBM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점증시키고 있다”면서 “고객사들의 AI 수요에 대한 원활한 대응을 위해서는 HBM의 안정적 수급이 필수다.

HBM 공급 부족은 삼성전자 시장 진입 당위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S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외국인이 떠난 자리는 기관이 채우는 모습이다.

지난 27일 기관은 삼성전자를 2531억원 순매수하며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28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400원(0.52%) 오른 7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000원(0.5%) 오른 20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