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필리핀 동맹' 아시아 안보 축 완성 … 中 일대일로 봉쇄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이동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일본과 필리핀을 향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경제안보 협의체가 출범한다.

'두 개의 전쟁'으로 표류하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아시아로 무게 추를 옮기면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구축 중인 '격자형(lattice-like)' 견제망이 완성됐다.


미국·일본·필리핀 등 3국 정상은 11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맞서 해상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인프라스트럭처·반도체·핵심 광물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사상 처음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이 같은 공동 비전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동맹국인 일본과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고 재확인했다.

이어 그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항공기, 선박, 군대에 대한 어떤 공격에든 우리의 상호방위조약을 발동할 것"이라며 중국에 경고를 날렸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을 공격할 경우 미군이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은 필리핀이 점유 중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해역까지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을 확대해 적용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선 안쪽에 약 90% 영역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주변국과 충돌하고 있다.

중국 해양경비대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을 향해 수시로 물대포를 쏘며 물품 보급과 항행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 측 주장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리핀 군대 현대화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3국 정상은 "지난 7일 실시한 미국·일본·필리핀·호주 등 4국의 남중국해 합동 군사훈련 같은 해상 합동 훈련과 연습을 진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3국 해경은 인도·태평양에서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는 해상 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번 3국 정상의 만남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친구이자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시다 총리와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점유 중이지만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해 일본에 대한 방위 공약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1960년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 5조는 일본 영토와 주일 미군기지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미·일 양국이 공동 행동한다는 선언을 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국 상·하원 연설에서 "힘이나 강압에 의한 모든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 동맹국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미·일·필리핀 협의체를 완성했다.

한·미·일 3국 공조,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를 포함한 '격자식'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며 "3국 간의 새로운 챕터(시대)가 오늘 시작한다"고 역설했다.


미·일·필리핀 3국 간 경제협력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탈중국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해외 인프라 투자 지원 프로젝트인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PGI)'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최초의 '루손 경제회랑' 구상을 발표했다.

루손 회랑이란 필리핀의 수빅만,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를 연결하는 항만, 철도, 청정에너지, 반도체 공급망, 농업 등 기반시설 투자 촉진 방안을 담고 있다.

사실상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맞불 성격을 띤다.

또 3국은 반도체 기술과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의 희귀 광물 수출통제에 대응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등의 개발과 가공을 지원하며, 필리핀 민간 원자력발전소 추진을 돕기로 했다.

아울러 필리핀 정보통신망 정비,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이버·디지털 안보협력 구상을 포함했다.


한편 3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명에 명시했다.

아울러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용으로 러시아에 대한 탄도미사일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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