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으로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외되면서 일본 반도체 업계가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후 공장에 신규 투자가 진행되는가 하면, 폐쇄됐던 공장 문을 다시 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글로벌 주도권을 뺏겼던 반도체 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스템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2014년 10월 폐쇄한 야마나시현 고후 공장을 9년6개월 만에 재가동했다고 보도했다.


고후 공장은 폐쇄 전에는 PC에 들어가는 전원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했다.

하지만 재가동하면서 전력 제어 기능을 하는 파워반도체 생산지로 바뀌었다.

최근 전기자동차(EV) 판매가 늘고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파워반도체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파워반도체 시장 규모는 623억달러(약 86조원)로 전망된다.

2020년 이후 연평균 5.9%씩 꾸준히 성장 중이다.

시장점유율 1위는 독일의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2위는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다.

르네사스는 세계 시장점유율이 2% 이하로 7~8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르네사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2025년 파워반도체 생산량을 현재의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폐쇄했던 공장을 재활용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수천억 엔이 들고 착공부터 가동까지 2~3년이 걸린다"며 "고후 공장은 900억엔을 투자해 클린룸을 정비했고 1년 만에 가동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독립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회사인 JS파운드리도 40년 된 니가타 반도체 공장에 2025년까지 130억엔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파워반도체 생산 능력을 30% 늘린다는 계획이다.

투자금 중에서 50억엔가량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해당 공장은 파나소닉이 1984년에 지은 곳이다.

2011년 미국 온세미가 매수했으며, JS파운드리가 2022년 12월 온세미에서 이를 사들였다.


일본에는 1980~1990년대에 지어진 반도체 공장이 많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반도체 공장 약 80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늘어난 반도체 수요에 맞춰 노후 공장을 재생시키는 것이 트렌드가 될 정도다.

파워반도체는 삼성전자나 대만 TSMC가 자랑하는 최첨단 미세공정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100㎚(10억분의 1m) 안팎의 공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노후 공장을 잘 활용하면 생산이 가능하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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