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전 미국 풋볼(미식축구) 선수 O J 심프슨이 사망했다.

향년 76세.
프로풋볼 명예의전당 회장 짐 포터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심프슨이 전날 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포터 회장은 심프슨의 전립선암 진단이 약 두 달 전에 공개됐으며, 그가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심프슨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O J 심프슨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19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재판은 그가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린 스타라는 점과 함께 인종 문제와 가정폭력, 경찰의 위법 행위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1992년 백인 경찰관들이 과속운전으로 적발된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사건으로 'LA 폭동 사태'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종차별 문제가 특히 예민한 이슈로 다뤄지던 때였다.

당시 미국인들은 심프슨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으나, 흑인들 상당수는 심프슨이 무죄라는 상반된 시각을 보여 미국 내 인종 갈등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심원 선정부터 평결까지 11개월이 걸린 재판 끝에 심프슨은 1995년 10월 무죄 평결을 받았다.

당시 배심원단은 흑인 9명, 백인 2명, 히스패닉 1명으로 구성됐다.

배심원단 평결에 따라 형사상 무죄 판결이 확정됐지만 사건 자체는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이 형사재판 후 골드먼의 유족이 제기한 별도의 민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이 사건에 대한 심프슨의 책임을 인정하고 브라운과 골드먼의 유족에게 3350만달러(약 459억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94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심프슨은 풋볼 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미국프로풋볼(NFL)에서 11시즌을 활동하면서 1973년 러닝백으로는 최초로 2000야드를 넘게 뛰는 등 여러 기록을 남겼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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