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역량을 강화해 가치투자 영역을 더욱 고도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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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명가 신영자산운용의 엄준흠 대표(사진)는 4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지난 28년간 신영자산운용의 투자 철학으로 자리매김한 가치투자 전략에 조직 역량을 쏟아 수익률 제고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엄 대표는 "시장 변동성 때문에 적절한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잘 찾아내 투자하는 게 가치투자의 본질"이라며 "투자자산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그가 내건 슬로건도 '리서치-드리븐 밸류 인베스트먼트(리서치 중심의 가치투자)'다.

엄 대표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 신영마라톤펀드 등 대표 공룡 펀드를 비롯해 상품마다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가 중심이 된 투자운영팀을 조직함으로써 분석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수가 아닌 다수 전문가의 집단지성에 의거해 각 펀드를 관리할 것"이라며 "베일리기포드, 누버거버먼 등 글로벌 가치투자 자산운용사도 스타 매니저에 의존하지 않고, 리서치 조직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1991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커리어를 이어온 정통 '신영맨'이다.

채권 운용 부문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장외 파생상품 신사업을 추진하며 다양한 금융상품에 관해 전문 지식을 축적한 '육각형 인재'로 평가받으며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채권 전문가인 그는 향후 크레디트(회사채) 분야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한 상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엄 대표는 "시장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국공채보다는 고수익 상품을 골라낼 수 있는 크레디트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크레디트 상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리서치 분석 역량을 높여 위험을 잘 통제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고령화에 따라 급성장 중인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가치투자를 근간으로 하는 신영자산운용만의 자산배분 전략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 상품은 맞춤복이라기보다 은퇴 시기별로 상품을 통일한 기성복에 가깝다"면서도 "장기 투자, 복리 효과를 노린다는 측면에서 TDF는 가치투자에 부합하는 상품군으로, 신영의 노하우를 녹여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을 두고서는 "후퇴할 수 없는 변화의 바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자산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라며 "밸류업 정책으로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과실을 동일하게 나눠 가질 수 있을 때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TF는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초과 성과를 노리는 가치투자의 철학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의 변동성으로 생기는 저가 매수 기회를 잘 살리는 게 가치투자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차창희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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