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직원이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


지난 23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 공장에서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10m 길이 슬래브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롤러 위에서 좌우로 이동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객이 원하는 규격의 제품을 만드는 압연 과정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1200도가 넘는 슬래브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20m가량 떨어진 2층 이동 통로에서도 느껴졌다.

슬래브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고압수를 뿌리는 드레싱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쉬익 하는 소리가 나며 연기가 확 올라왔다.


김지호 열연부 사원은 "옛날에는 종종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슬래브 지나가는 소리가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곳 공장은 지난 9월 6일 포항 지역을 강타한 500㎜의 기록적인 폭우로 대지면적 950만㎡의 포항제철소가 완전히 침수된 지 한 달여 만인 10월 7일 재가동됐다.

열연 공정은 냉연·전기강판·스테인리스 등 대부분의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정이다.


포스코가 전례 없는 태풍 피해를 딛고 한 달여 만에 완제품 생산을 재개한 것은 열연 공장 2곳 중 1곳인 이곳을 빠르게 살려낸 덕분이다.


침수 당시 모터, 전기설비 등이 위치한 8~15m 깊이의 이곳 지하실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지하실을 집어삼킨 물은 성인 가슴 높이인 지상 1.5m까지 차올랐다.

포스코 전 임직원은 물론 퇴사한 선배들까지 뛰어들어 물을 퍼냈다.

침수 초반엔 전기설비를 이용할 수 없어 손으로 물을 퍼 날랐고, 이후 소방청에서 긴급 지원한 소방펌프 224대가 효자 노릇을 했다.


제철소 심장부인 고로(용광로)로 들어서자 이곳에서 생산되는 쇳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쇳물은 기차 형태의 운반차(토페도카)에 실려 제강 공정으로 옮겨진다.

즉 모든 생산시설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고로가 멈추면 제품 생산은 중단된다.

심장이 멈추면 피가 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진보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은 "최고경영진이 포항제철소 설립 54년 만에 처음 고로 가동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현장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잖았다"며 "만약 고로 불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1500도가 넘는 쇳물이 차 있는 고로 안으로 물이 들이차면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발생해 고로가 폭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로를 새로 짓는 데만 수년이 걸렸을 테고 포스코는 그동안 조업을 중단하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고로 불을 끈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설명했다.


[포항/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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