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가구 겨울 한철 도리지 조청 판매로 3억 원 부가수입 창출 기대
- 생산제품 전량 구매자들의 추천과 입소문을 통한 주문 판매
- 70세 이상 노인들의 지혜와 합심으로 생기 넘치는 보랏빛 부자 마을로 변신

미후리 마을에서 2019년 작고한 정외순 님(여, 당시 87세)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유가족들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고인 예금통장의 잔고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고인의 통장에서 7천여만 원의 잔고가 발견된 것이다.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체크해 본 고인의 딸 신정숙(65세, 미후마을 부녀회장)씨는 고인이 2년여 겨울 동안 도라지 조청을 만들어 판매한 금액으로 고액이 저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미후마을 주민들이 하나둘씩 도라지 조청을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올겨울에는 약 1.2톤의 도라지 조청이 생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후마을에는 도리지 조청으로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에 위치한 미후마을


미후(米朽)마을은 ‘창고에서 쌀이 썩을 정도로 많이 생산되었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마을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쌀과 농산물 생산이 많아 포두면의 풍요로운 마을로 전해져 오고 있다.

미후마을은 38가구, 63명의 주민이 사는 고흥군 포두면의 외딴 마을로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미후마을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에서 출생한 아기가 이 마을의 유일한 어린이로 마을 전체의 손자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인구감소와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미후마을에서 도라지 조청을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서영식(79세) 씨와 ‘도라지 조청 기적의 현장’ 미후마을 인터뷰했다.

▶ 미후마을에서 도라지 조청을 생산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겨울철에 특별한 일거리가 없는 농촌마을에서 겨울철 부업으로 시작된 일입니다. 마을 인근 산에 자생하고 있는 도라지가 겨울철 감기와 천식에 좋다고 하여 외지에 나가 있는 친인척 선물용으로 조금씩 만들기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서 지금은 마을의 대표적인 겨울철 주요 부업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 미후마을 도라지 조청의 특징은?

우리가 생산하는 도리지 조청은 우리 가족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과 밤잠을 설치며 불과 씨름해서 만드는 땀과 노동의 결정체입니다. 방부제나 색소 등 이물질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100% 자연산입니다.

무농약 도라지와 싸래기쌀, 청정 물 만을 사용하여 불로 고아 내는 우리 전통 방식의 조청 제조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미후마을에서 생산한 도라지 조청과 라벨 스티커


자연산 도라지의 불순물과 껍질을 제거하는 작업도 모두가 손으로 일일이 작업해야 하고 화목으로 불을 때서 작업해야만 하는 중노동이 필요한 제품입니다.

미후마을 도리지 조청은 소비자들로부터 제품 출고 시 스티커 부착 없이 보내 달라고 할 정도로 생산자들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시되는 고흥군의 대표적인 할메니얼 특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현재는 얼마나 생산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나?

금년 겨울에 대략 6천여 병(2㎏ 기준)이 생산될 것 같으며 현재까지 판로는 100% 소개로 인한 전화주문입니다. 별도의 홍보나 인터넷 주문 방식은 우리 노인들이 할 줄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을에서 생산된 도라지 조청에 대한 판로는 아직 크게 적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 기존 고객들로부터 재구매 요청과 소개가 많아져 생산량 증가가 필요해지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가?

어렵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더 많이 생산할 인력이 없습니다. 2년 전에는 14가구가 조청 생산에 참여했으나 현재는 9가구가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노인들이 참여해온 일인데 노인 수가 사망으로 줄어들고 있어서 생산에 참여할 인력 충원이 어렵습니다.

외지의 인력, 특히 젊은이들이 참여해 주어야 생산량을 높일 수 있으나 요즈음 젊은이들은 밤을 지새워야 하는 중노동을 하려고 하지 않아서 이마저도 불가능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미후마을 입구의 담장도 도라지 꽃문양과 보랏빛으로 단장 되어가고 있다


미후마을 주민들로부터 도라지 조청의 홍보 및 영업부장(?)으로 통칭되고 있다는 신정숙 부녀회장은 “도라지 조청 생산으로 마을 노인들이 겨울철에도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시고 있어서 마을 전체에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노인분들이 하나둘씩 작고하시며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앞뜰에는 도라지 밭의보라색 꽃이 만발하고(현재 도라지 재배면적 약 5천 평) 마을 담장을 보랏빛으로 단장하여 미후마을이 고흥군의 대표적인 겨울 부자마을로 영원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임인영 기자 [mktv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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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메니얼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의 '밀레니얼'을 합성한 용어로, 주로 할머니들이 먹고 입는 음식과 패션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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