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이 K-트로트의 본고장으로 거듭나고자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이어 ‘트로트아카데미’ 조성사업에 나섰으나, 전략 부재로 애물단지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마땅한 활용도를 찾지 못해, 현시점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해당 자치단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제공=영암군)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조감도

영암군 관계자는 당초 “영암 트로트아카데미는 전남 형 지역 성장 전략사업에 선정된 것”이라면서 “공연과 전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가요 센터와 교육사업에 치중하는 아카데미는 사업목적이 다른 만큼 아카데미를 통해 트로트 가수를 양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영암군의 한 인사는 “실패한 사업, 계륵으로 전락한 사업을 1백억 원이 넘는 예산을 또 퍼부어 건물을 세우는 토목사업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군도 이 사업 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선 8기 우승희 군수호 출발 이후, 7기 주요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온 ‘트로트아카데미 조성 사업’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다. ‘이 사업으로 영암군 행정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라는 견해로 보인다.

영암 트로트아카데미 조성 사업은 오는 11월 중에 건축설계 공모에 나서고, 내년 하반기인 7~8월경에 착공해 2024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 조성 사업에만 사업비 110억 원(도비 50억 원, 군비 58억 원, 민간 자본 2억 원 등)이 소요될 예정이다.

민선 7기 당시 영암군이 내세운 트로트아카데미 조성 사업 비전은 번지르르했다. 트로트 가수를 양성하고, K-트로트의 명품화와 세계화를 위한 핵심 거점이자 지역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웠다. 트로트아카데미를 통해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새로운 모델 창출을 목표로 하겠다는 꿈같은 비전이었다.

트로트가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표 노래 장르가 됐고, 문화 관광자원으로서 무한한 성장 잠재력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영암군은 이를 위해 트로트아카데미 교육동·기숙사동 조성과 트로트 가수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3년여 년 전에 추진했던 ‘음악 도시 영암의 비전’ 사업의 재탕이다. 이 실패한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 건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시설의 활용도와 트로트센터와의 차별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 트로트센터를 지어놓은 지 수년 동안 제대로 활용조차 못 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건축물만 추가로 건립하겠다는 것은 운영에 있어 추가적인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시설인 트로트센터나 새로 지어질 트로트아카데미 모두 소프트웨어, 즉 어떻게 운영해나갈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음악의 영역을 트로트에 국한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음악은 유행에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까지 트로트 열풍이 지속될 수 있을까도 이 사업의 고민거리다.

영암군이 국내 대중음악의 대표 장르인 트로트의 부흥을 위해 지난 2019년 국내 최초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세웠으나 그 결과는 부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찾는 관광객은 고작 8천여 명에 그쳤고, 올해도 9월까지 7천여 명대에 머물렀다. ‘트로트 아카데미 조성사업’은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사업에 이어 진행되는 2단계 사업이라 그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있는 ‘트로트가요센터’가 그림만 화려하지, 실효성이 없는 ‘계륵’인데 또 건물 짓는 토목공사에 나설 때냐는 따끔한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영암이 어떤 곳인가? 전남도와 국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겨 온 국제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 경기장이 세워졌던 곳이다. 이곳은 국내 대표적인 토목사업 실패 사례와 혈세 낭비 사례로 꼽히는 현장이다.

2006년 F1 대회 유치 당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전남 영암에서 대회가 가능할지, 모터스포츠 저변이 부족한 한국에서 흥행이 될지 의문이다”라는 우려에도 “성공적인 개최를 확신한다”라거나, “5조 원 넘는 생산유발효과”,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이 올림픽의 2배” 같은 장밋빛 전망만을 늘어놓았다. 그 결과가 어떤 재앙이 됐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F1 대회는 4년 만에 중단됐고, 4,300억 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1,000억 원 넘는 빚이 남았다.

한 관광 전문가는 “관광이란 억지로 또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F1 경기장이라는 부푼 꿈이 하루아침에 참담한 혈세 낭비 현장으로 변한 것을 영암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 현장은 지금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오히려 영암군은 영암군만이 가진 장점이나, 좋은 역사 문화 자산에서 찾아 이를 관광 자원화해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암의 대표 천년 역사 마을인 구림마을과 그 구림마을을 만들어 왔던 역사 인물들 이야기, 그리고 소중한 역사 자산을 멋지게 스토리텔링 하거나 월출산과 도갑사, 골목길과 벚꽃길, 오래된 나무들에 더 많은 애정을 보여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려의 건국과 후삼국 통일에 이바지한 최지몽(崔知夢),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선구자로서 고려 태조 왕건의 즉위와 후삼국 통일을 예언했다고 전해지는 도선국사(道詵國師), 우리나라 최초 의병장이었던 양달사(梁達泗)와 최경창(崔慶昌), 그리고 우리나라 실학의 태동기를 만든 주역인 박세채(朴世采), 박태초(朴泰初), 양득중(梁得中) 등의 이야기를 찾아가면 더 멋진 영암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성현 기자 [kda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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