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규제책을 또 내놨다.

지난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개인별로 적용하며 대출을 크게 조인 지 3개월 만이다.

DSR 규제 조기 적용을 골자로 하는 추가 대책으로 대출 문은 더 좁아졌다.

농협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여파가 이어지며 실수요자 시름은 더 깊어진다.

기시감이 든다.

코로나19 방역 때와 꼭 닮았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규제 융단폭격부터 한다.

우는 애가 나오면 그제야 떡 주는 식이다.

그새 부수적 피해는 속출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결혼식 하객이 50명 미만이었고 영화관 저녁 상영도 못했다.

시위하며 곡소리를 내니 완화해줬다.

대출 종류를 불문하고 총량을 묶자 실수요인 전세대출부터 막혔다.

국민 청원이 빗발치고 대통령까지 보고받자 사후 약방문 식으로 예외를 뒀다.


상식이 왜곡되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감염 위험이 더 작은 스키장은 중단시키고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공연장은 열어줘 탁상공론이라고 비판받았다.

요즘은 신용이 높을수록 이자를 더 물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고신용자 대출 금리가 중저신용자보다 높다.

대출 질 관리보다 대출 규모 축소가 지상 목표여서다.


협조를 구하지 않고 으름장만 놓으니 역효과만 거세다.

장기간 고강도 방역지침에 위반이 다수 발생했고 이젠 일일 확진자 1000명대가 일상이다.

금융당국 엄포는 돈 있는 사람도 겁을 줘 가수요를 키웠다.

보험사 등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 효과도 초래됐다.


취지만 좋았다는 점도 판박이다.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과,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엔 이견이 안 나온다.

당국의 태도와 실력이 문제가 된다.

관치금융의 나라에서 수치야 어떻게든 맞출 순 있다.

국민이 기대하는 건 실수요는 받아주고 부실 대출만을 가려내는 '핀셋 타격'이다.


속도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시기 정부 말을 잘 들었지만 지원을 제때 못 받아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많았다.

지금은 갑작스럽게 돈줄이 막힌 실수요자들 피가 나날이 마른다.

오래 지나서 해결돼봤자 별무소용이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말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
[금융부 = 서정원 기자 jungwon.seo@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