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풍파 딛고 실적 날개 두산重...수주 회복에 영업익 1조 클럽 눈앞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로 고난의 행군을 해온 두산중공업이 드디어 턴어라운드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확산되자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두산중공업 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원전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두산중공업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사진은 두산중공업 창원공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중공업 제공>

▶유럽 주요국 ‘원전 중요성’ 강조
▷글로벌 에너지 대란에 두산重 돋보여
프랑스, 핀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유럽 10개국 경제, 에너지장관들은 최근 ‘원자력 발전은 기후 변화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최상의 무기’라며 원전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주요 일간지에 게재했다.

이들은 “원자력 발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다.

올해 말까지 EU(유럽연합)의 친환경에너지 분류 목록에 원전을 포함시키자”고 촉구했다.

또 회원국 기술 협력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한 신형 원자로를 만들 수 있고 약 100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 공급망 대란,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에너지 수급 우려가 고조되자 원전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력 대란을 겪는 유럽 각국은 신재생에너지 중심 탈탄소 정책을 수정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다시 높이는 ‘유턴 전략’을 내놓는 중이다.

프랑스는 원전과 수소 산업에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를 투입하는 ‘프랑스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영국은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이 극심한 전력난을 맞은 데다 원유,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글로벌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자 이를 풀어낼 해법으로도 원전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력을 태양광, 풍력, 수력과 함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꼽았다.

세계 원전 발전량이 지난해 기준 2692TWh에서 2030년 3282TWh, 2050년 4449TWh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원전 대표 주자로 원자로 등 원전 핵심 설비 제작뿐 아니라 해체 사업까지 도맡아온 세계적인 원전 회사 두산중공업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두산중공업은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2014년 이후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지난해에는 238억원 영업손실, 8384억원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1분기 3721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보란 듯이 흑자전환에 성공해 고비를 넘겼다.

당기순이익도 2481억원 흑자를 냈는데 두산중공업 분기 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9년 2분기(1875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두산중공업은 2분기에도 2546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상반기 영업이익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두산중공업 영업이익이 1조원에 달해 지난해 대비 5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때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발목을 잡았던 부채비율도 많이 개선됐다.

상반기 224.12%로 지난해 말 대비 35.6%포인트 하락했다.


실적이 회복세를 탄 것은 김포 열병합 발전소, 창원 수소액화플랜트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폴란드 폐자원에너지화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해수담수화플랜트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한 덕분이다.

덕분에 올 상반기 두산중공업 수주금액은 약 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가량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대형 수주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 올해 수주 목표(8조6500억원)를 가뿐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연말이나 내년 초 몇 조 단위 해외 수주 계약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수주 잭팟 기대가 커졌다.


▶수주 전망 밝아
▷한수원 사장 “조 단위 원전 수주 앞둬”
전망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 대형 원자력 발전 사업인 신고리 6호기 원자로 출하를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신성장동력인 소형모듈원전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담은 일체형 원자로다.

발전 용량은 300㎿급으로 기존 1000~1500㎿급 대형 원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지만 성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건설 비용이 기존 원전보다 저렴하고 소형인 만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원전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 합의문이 발표된 것도 호재다.

제3국 원전 건설 사업에 진출할 때 미국은 원천 기술을 제공하고 한국은 이를 구현할 기자재 공급, 시공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두산중공업은 신규 사업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미국 SMR 제조 기업 뉴스케일파워에 4400만달러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 7월 추가로 6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SMR 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이미 뉴스케일파워로부터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해 완료했고, 시제품을 제작 중이다.

뉴스케일파워 SMR은 1기당 77㎿의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대 설치해 총 924㎿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수소 가스터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수소 가스터빈은 수소만 사용하거나 수소와 천연가스 혼합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독자 기술로 5㎿급 수소 가스터빈용 수소 전소 연소기를 개발 중이다.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아직은 규모가 미미하지만 2025년 해상풍력에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6월에는 한국전력기술과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단지인 제주 한림해상풍력 기자재 공급 계약까지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5.56㎿급 해상풍력 발전기 18기를 공급한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두산중공업 전체 수주 중 원전 비중이 70%에 달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 설비뿐 아니라 해상풍력, SMR, 수소 가스터빈 같은 신성장동력 수주 물량이 급증하는 모습”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수주에 속도를 내지만 아직까지 수주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원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적에 주된 역할을 해왔던 대형 원전 일감이 뚝 끊긴 데다 소형모듈원전 수주에서 성과를 내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두산중공업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BBB-(부정적)로 유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두산중공업 실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두산중공업이 겨우 턴어라운드했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수주가 줄고 이익이 급감하면 두산그룹이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재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