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엔솔 CEO 교체 ◆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아 배터리 사업을 이끈다.

LG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보좌해왔던 권 부회장이 잇단 리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배터리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회사다.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이사회를 열어 권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로 결의하고 다음달 1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맡고 있는 김종현 사장은 현대자동차와 GM 전기차 등의 대규모 배터리 리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부터 4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지낸 권 부회장은 LG그룹 배터리 사업 재정비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와 함께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갑작스럽게 수장을 교체하게 된 배경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 세계 배터리 기업 간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경쟁사는 물론 중국·유럽 업체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배터리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수주 물량이 200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탄탄한 수주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그룹 내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권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LG그룹에서 사실상 '2인자'로 불리던 권 부회장이 다음달 1일부터 LG에너지솔루션을 맡게 되면서 LG그룹의 인사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8년 5월 별세한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구광모 회장이 그룹 수장을 맡은 지 3년이 흘렀다.

권 부회장은 그동안 구 회장을 보좌해 그룹 인사 등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권 부회장의 이동으로 이제는 새로운 인물이 구 회장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구 회장과 권 부회장의 나이 차이가 20년이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세대교체 성격의 후속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승훈 기자 / 이윤재 기자]

배터리 사업 키운 권영수…'리콜사태' 구원투수로 등판

구광모회장, CEO 교체 배경은

현대차·GM 잇단 리콜 사태
SK온, 북미지역서 바짝 추격
완성차들도 직접 생산 나서

치열해지는 배터리 세계대전
공격적으로 분위기 반전 나서
현대자동차·제너럴모터스(GM) 등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이어지자 LG그룹이 배터리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올 상반기 현대차 코나·아이오닉에 대한 1조원대 규모의 리콜에 이어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인 GM의 볼트 전기차 역시 약 1조4000억원(LG 기준) 규모의 리콜 사태를 맞자, LG그룹이 권영수 LG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소방수로 긴급 투입한 것이다.

최근 LG그룹 안팎에서는 잇따른 배터리 리콜 사태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하며 국내 첫 2차전지 전문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면서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온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까지도 미국 전기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배터리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첫 수장인 김종현 사장은 SK와의 배터리 소송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GM 등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기차에 대한 차량 화재 사고가 멈추지 않자 김 사장이 용퇴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올해 2월 현대차는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전기차인 '코나EV' '아이오닉EV' '일렉시티버스' 등 8만2000여 대를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코나EV가 2만5083대, 아이오닉EV가 1314대, 일렉시티버스가 302대 각각 팔렸다.

현대차는 당초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최신 것으로 바꿔주고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배터리를 교체해줬으나 나중에는 정해진 기간에 생산된 차량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BAS)을 모두 교체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리콜 비용은 약 1조원에 이른다.

코나 리콜과 관련해 현대차는 4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6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코나 리콜 사태를 두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갈등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GM 역시 전기차 볼트EV를 전량 리콜 조치했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캐나다, 한국 등에서 판매된 볼트EV는 약 14만2000대에 이른다.

국내에선 약 1만1000대가 판매됐다.

GM 역시 볼트EV에서 수차례 불이 나자 배터리 최대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업데이트 이후에도 계속 화재가 생기자 GM은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최근에는 볼트 리콜을 두고 LG와 GM이 서로 다른 비용 산정액을 발표하며 양사 간 갈등이 심화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 12일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7000억원씩 총 1조4000억원의 리콜 비용을 분담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GM은 LG와 협의해 20억달러 규모의 리콜 충당금 중 19억달러(약 2조2193억원)를 올 3분기에 환입해 비용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수장 교체는 최근 GM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을 재정비하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현대차,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과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을 순조롭게 공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공개(IPO)까지 앞둔 중차대한 시점이다.


여기에 최근 경쟁사인 SK온이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는 등 SK가 북미에서만 약 150GWh의 생산 능력을 갖추며 LG를 바짝 뒤쫓고 있다.

또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유럽 배터리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수주를 늘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LG그룹이 현 상황을 위기로 보고, 그룹 차원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을 새 수장으로 교체한 것은 배터리 사업 경험이 있는 그룹 내 핵심 인사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가장 높은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2012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아우디, 다임러 등 유수의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에서 수주를 이끌어냈다.

또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 개에서 20여 개로 두 배로 확대하며 중대형 배터리를 1위 지위에 올려놓은 바 있다.


권 부회장은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와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를 거치며 대규모 해외 사업을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권 부회장은 2018년 6월 구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가 출범할 당시 구 회장을 보좌할 지주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권 부회장은 전자·화학·통신 등 LG의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며 LG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강화해 왔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4조274억원, 영업적자 3728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 실적 부진에도 전기차, 정보기술(IT)용 원통형 전지의 견조한 수요로 양호한 영업 성과를 냈지만 GM 리콜 결정에 따른 충당금(6200억원)이 추가 반영되며 적자를 기록했다.


[이윤재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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