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게 치킨은 ‘위안을 주는 음식(comfort food)’입니다.

우울하거나 고향의 맛이 그리워질 때 치킨을 먹고는 하죠. 마치 우리네 따뜻한 국밥처럼 ‘전통 음식(soul food)’이에요. 한국식 치킨은 여기에 다양한 소스를 입히고, 치즈를 뿌리고, 요리 과정에 숙성을 더함으로써, 치킨을 또 다른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미국에서 6년째 K치킨을 알리고 있는 김형봉 BBQ 미국 법인 대표의 말이다.

BBQ의 미국 시장 진출 초기에는 ‘치킨=배달 음식’이라는 인식도 없어 한국식 치킨을 알리는 데 애를 먹었다고.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BBQ는 글로벌 외식 전문 매체 네이션스레스토랑뉴스(Nation's Restaurant News)가 발표한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5위(지난해 기준)’를 차지할 만큼 현지 반응이 뜨겁다.

현재 BBQ는 총 9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계약이 완료돼 정부의 사업 허가 신청을 진행 중인 매장은 55개에 달한다.

김형봉 대표는 “연말까지 120호점을 목표로 계속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산업에 머물렀던 한국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BTS, 킹덤, 오징어 게임 등 K팝, K드라마에 힘입은 한류 열풍과 이국 음식(ethnic food) 시장 성장, 1세대 기업들의 노하우 축적 등이 맞물리며 세계 곳곳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단, 국내 성공에 도취돼 서둘러 진출하거나 현지화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충분한 사전 조사와 준비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내수 산업에 머물렀던 한국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BBQ 미국 맨해튼점과 파리바게뜨 렉싱턴애비뉴점. <각 사 제공>


▶프랜차이즈, 내수 너머 수출로
▷SPC 이어 BBQ도 美 80개점 돌파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약 26만개.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5배 많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다 합쳐도 1000여개에 불과하다.

해외 매장 비중이 0.5% 미만에 그쳐 사실상 내수 산업에 가깝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써브웨이,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미국, 일본 프랜차이즈가 한국 시장에서 수십 년간 지속 성장 중임을 감안하면 수출 역조가 심각한 셈이다.


사실 국내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 시도는 2000년대부터 계속돼왔다.

SPC그룹은 2004년 중국, BBQ는 2006년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이 그간 해외 시장에 투자한 금액만 수천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한동안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류 열풍과 노하우 축적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매장을 확장하는 프랜차이즈가 늘고 있다.


SPC가 대표적이다.

SPC는 현재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등 6개국에서 430여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빵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에서는 뉴욕 맨해튼에만 12개의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6월에는 캐나다에 현지 법인 ‘파리바게뜨 캐나다’를 설립, 토론토와 밴쿠버 등에 출점을 준비 중이다.

SPC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1000여개, 캐나다에 10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톈진, 난징, 청두, 다롄 등 주요 도시에 진출해 활발한 가맹 사업을 펼치고 있다.


데이비드 바(David Barr) 전 미국 프랜차이즈협회장은 ‘해외 프랜차이즈의 미국 시장 진출 성공 분기점’으로 ‘80~100개 매장 운영’을 꼽는다.

매장이 이 숫자를 넘어서면 규모의 경제와 학습 효과가 나타나며 사업이 선순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BBQ, SPC의 미국 사업이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내 5만개가 넘어 포화 상태인 편의점도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25, CU, 이마트24가 베트남, 말레이시아, 몽골 등 아시아 나라들에 잇따라 진출, 수백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유통업태인 편의점은 떡볶이, 핫도그 등 국내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K프랜차이즈 약진 비결은
▷韓 제패한 우량 브랜드 노하우 발휘
한국 프랜차이즈가 최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우선 국내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과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며 오프라인 매장 기반 프랜차이즈 산업은 성장성이 갈수록 둔화되는 추세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연간 증가율은 2010년대 중반 7~8%에서 2019년에는 4%대로 반 토막 났다.


한류 열풍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호재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식의 인기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미국의 외식 전문 매체 ‘Food & Wine’이 올해 선정한 뉴 베스트 셰프(New Best Chef) 10명 중 2명이 한국계일 정도다.

미국 쉐이크쉑버거는 올해 고추장 샌드위치 메뉴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하와이식 회덮밥 ‘포키바’로 미국에서 80여개까지 매장을 늘렸던 제이슨 박 포키바 대표는 “최근 한식이 미국 외식 시장의 주류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한식 세계화가 과거에는 구호에 그쳤다.

요즘은 한식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나물류 반찬과 설렁탕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코리안 바비큐 식당의 경우 과거에는 한국계가 70%였는데 요즘은 현지인이 70%로 역전됐다.

불판을 앞에 두고 즉석에서 구워 먹는 재미에 미국인들이 빠져들었다.

한 번 먹어본 이들이 지인과 함께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우량 브랜드의 차별화된 노하우도 강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SPC는 미국 시장 성공 전략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300종이 넘는 다양한 제품(현지 브랜드는 평균 100종류 이하), 쟁반과 집게를 이용한 ‘셀프’ 선택 방식의 편리한 서비스(현지 브랜드는 직원 주문 방식), 국내 파리바게뜨 근무 경험이 있는 본사 인력과 미국 사정과 문화에 정통한 현지 인력의 ‘조화로운 조직 운영’ 등이다.

‘빨리빨리’ 문화와 다양한 취향의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킨 브랜드의 강점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자금력이 뛰어난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 행렬도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해외 시장 공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 보라티알이 사모펀드와 함께 인수, 내년 하반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메가커피가 대표 사례다.


▶K프랜차이즈 글로벌화 과제는
▷“한식 세계화 첫걸음은 퓨전·현지화”
한국 프랜차이즈가 해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 프랜차이즈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현지화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소비자 취향뿐 아니라, 법적, 문화적 적응도 포함된다.


2018년 이란 테헤란에 진출했던 CU는 대표적인 해외 진출 실패 사례다.

이란은 유통업과 식품업을 동시 석권한 현지 기업이 유통 부문 경쟁사인 CU를 견제, 인기 상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과 이란 간 분쟁 탓에 한국에서 직접 조달도 여의치 않았다.

아직 1인 가구가 많지 않고 24시간 영업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도 CU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CU는 이란 진출 1년 만에 전격 철수해야 했다.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동남아는 대부분 나라가 중국처럼 해외 기업이 현지 기업과 합작하면 현지 기업이 51% 지분을 갖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이를 모르고 진출했다가 실패하면 자사 탓, 성공하면 현지인이 성과를 가로채는 경우가 적잖았다.

현지 사정과 제도를 면밀히 분석한 뒤 직접 투자, 마스터 프랜차이즈, 합작 법인 중 최적의 사업 형태를 선택해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식도 현지화가 필요하다.

LA에서 한식당 ‘한음’과 한국식 주점 ‘강셰프 술박스’를 운영 중인 강원석 사장은 ‘퓨전 한식’으로 미국 시장을 사로잡았다.

김치볶음밥을 주먹밥처럼 동그랗게 말아 김가루를 섞어 튀긴 ‘김치 김가루 볼’ 메뉴를 개발, 미국 방송에 출연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강 사장은 “조금씩 친숙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김치의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미국인이 많다.

이들에게 한국의 비빔밥 등을 그대로 내미는 것은 한국인 중심 사고방식이다.

‘미국식 중식’으로 성공한 판다익스프레스처럼, 한식도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퓨전을 가미할 필요가 있다.

한식을 판다익스프레스처럼 패스트 캐주얼 방식으로 골라 먹게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국 음식 시장이 지속 성장 중이다.

한식은 아직 아시안 푸드로 분류되지만 중식이나 베트남 음식과는 또 다른 특징이 있음을 미국 소비자들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단, 미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웬만한 상품과 서비스가 이미 다 있는 성숙한 시장이다.

섣불리 진출했다가는 손해만 보고 철수하기 쉽다.

80개점 이상 체인으로 성장할 준비가 됐는지 자문해보고 신중히 진출하기를 권한다.

단지 5개 안팎 매장만 시범 운영하려 한다면 차라리 일본,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데이비드 바 전 협회장의 조언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인터뷰 |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K프차 글로벌 경쟁력 충분…PE 인수도 긍정적

<윤관식 기자>
Q. 그간 한국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이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A 한국 프랜차이즈는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간 성공 사례가 적었던 것은 충분한 준비 없이 너무 서둘러 진출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현지 지인에게 사업을 맡기거나 무턱대고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다.

현지 소비자 니즈는 물론, 현지 법과 문화, 원재료 공급선 등을 먼저 파악하고 진출해야 한다.


Q. 미국은 가맹점주가 수백, 수천 개 다점포를 운영하는 ‘메가 프랜차이지’가 활성화됐다.


A 미국은 국토가 워낙 넓어 본사가 전 지역을 직접 다 관리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사와 같은 개념으로 특정 지역 사업권을 메가 프랜차이지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산업이든 고도화될수록 사업 영역이 분화되기 마련이다.

미국 프랜차이즈 본사는 메뉴 개발·브랜드 마케팅을, 메가 프랜차이지는 운영 중심으로 역할이 나뉘어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국이 일일생활권이어서 메가 프랜차이지나 지사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과거에는 지사가 본사보다 더 큰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며 본사 영향력이 더욱 커져, 오히려 지사가 본사에 흡수되는 분위기다.


Q. 코로나19 사태 2년간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어떻게 달라졌나.
A 코로나19 대응 성패에 따라 브랜드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됐다.

배달·포장 위주 브랜드는 더 잘됐고, 대형 홀 위주로 영업하던 브랜드는 명도할 돈이 없어 폐업도 못하고 있을 만큼 피해가 컸다.


위기 상황에서 본사들이 가맹점을 적극 지원하며 ‘착한 프랜차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다만 정부의 자영업자 손실 보상이 부족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부가세 신고 금액을 역산해 전년 매출의 30%든, 50%든, 자영업자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매월 보상금을 지급했어야 했다.


Q. 최근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A 프랜차이즈는 현금 회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투자 자금이 적게 들어 사모펀드가 계속 인수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잖은데, 이는 자본가적 시각이 부족한 것이다.

사업이 성장하고 비즈니스 단위가 커지면 개인 자금으로는 운용에 한계가 있다.

상장을 해서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상장 요건이 까다롭다.

특히 시장 규모에 비해 브랜드가 많고 포화된 국내 프랜차이즈는 단위당 매출이 적어 상장이 더욱 쉽지 않다.

이럴 때 사모펀드가 인수해 사업을 더 키우고 이익을 내면 선순환이 이뤄진다.

맘스터치도 사모펀드 인수 후 더욱 성과가 좋아졌다.


[LA·라스베이거스 =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9호 (2021.10.13~2021.10.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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