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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설명했는데 아직도 남았나요"…혼란 가중 '금소법' 실체는
기사입력 2021-03-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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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 날인 25일 오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 STM(스마트 텔러 머신) 입출금 통장 신규 서비스의 한시적 중단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상품 판매와 AI(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30일까지 STM에서 새로 입출금 통장을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충우 기자]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불완전판매 등 과거의 나쁜 관행으로 돌아갈 순 없다.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과거로 가자' 이건 안 된다.

"
최근 금융시장에 '우왕좌왕'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과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일성이다.


은 위원장은 "유감이다.

하지만 빨리빨리와 소비자 보호가 제 생각엔 양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금소법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현장의 소비자보호 업무처리가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소요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장 하나 만드는데 30여 분, 대체 금소법이 뭔가요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아직 해당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구체화한 시행세칙이 없는데다, 법 적용 기준도 모호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상품 설명 시간이 길어지면서 단순 적금 가입에 30여 분이 소요되는가 하면 일반 펀드에 가입하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적용범위가 너무 넓고 일부 규정들은 실효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일선 창구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위반, 1호는 안될래요


금융권에서는 금소법 위반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로봇·AI서비스 등 애매한 서비스들은 모두 중단한 상태다.

기계가 일일이 설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은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 성향에 따라 위험등급을 매겨 기준을 초과하는 상품은 아예 조회가 안되도록 전산을 교체했다.

아울러 판매자격이 없는 직원은 전산을 열어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NH농협은행은 내일부터 펀드 일괄 포트폴리오 상품과 연금저축펀드계좌의 비대면 신규 가입을 중단키로 했다.


또 '자유로 우대적금' 'NH주거래 우대적금' 비대면 예적금 10여 종도 가입할 수 없다.

금소법 시행으로 전산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불완전한 측면이 많다는 게 이 회사측 설명이다.


KB국민은행도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서비스를 25일부터 4월 말까지 중단한다.


STM은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신분증 스캔, 바이오인증 등을 통해 통장을 발급받고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그동안은 약관이나 상품설명서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으나 금소법 시행 시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품설명서를 직접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의 일반펀드·개인연금펀드의 신규·리밸런싱·진단거래를 오는 25일부터 5월 9일까지 중단키로 했다.

하이로보는 로봇이 맞춤 펀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는 준비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일부 규정들을 최대 6개월 유예한다고 하지만 업계에선 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가 될 것을 우려해 일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권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들은 적합성 원칙·부당권유 금지 등 6대 판매 규제 적용을 위해 판매 절차를 재수립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또 법 시행 이후 6개월 유예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규정에 대한 세부지침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모든 상품에 대한 '청약철회권'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청약철회권은 소비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한 후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다.

문제는 펀드에 투자했다 큰 손실이 발생해 투자자가 철회를 요구할 경우, 그 부담은 누구에게 전가되는지도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다.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로서는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까지 펀드를 설정하지 않고 그냥 놓아두는 게 현명한 상황이다.


또 청약철회 문자메시지를 도입했는데 관련 문자를 누구에게 보내야 하는지, 금융사에서는 문자 발신자 신원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등이 규정되지 않아 전산시스템도 못 갖추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임시방편으로 준비 기간이 필요한 일부 규정들에 대해 최대 6개월간 유예키로 했다.


또 '위법계약해지권' 남발에 대한 우려도 높다.

불완전 판매 등 판매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소비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가, 펀드 등이 손실이 나면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등 악용 소지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헷갈리면 이것부터 숙지하세요


금소법 사항 중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사항들을 하나씩 체크해 본다.


-소비자가 위법계약해지권 행사 시 판매자의 금전반환 범위는
"위법계약 해지의 효과는 장래를 향해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계약은 '해지시점' 이후부터 무효가 된다.

따라서 계약 체결 후 해지 시점까지의 계약에 따른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대출 이자, 카드 연회비, 펀드 수수료·보수, 투자손실, 위험보험료 등)은 원칙적으로 계약해지 후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전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진 통상 소비자가 계약해지 시 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 환매수수료 등), 위약금 등을 부담하고 있지만 위법한 계약의 경우에는 판매자가 해지와 관련된 비용을 소비자에 부과할 수 없다.


-소액분쟁조정의 판단 기준은
"금소법은 금융사가 분쟁조정을 회피하려고 소를 제기함으로 인해 일반금융소비자가 사후구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분쟁조정가액이 2000만원 이하인 분쟁조정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금융사의 소 제기를 금지하고 있다.

분쟁조정가액은 소비자가 분쟁조정 신청 시 주장하는 금액으로 판단한다.

"
-상품 숙지의무의 이행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있나
"금소법 시행령에서는 '내부통제기준에 따른 직무수행 교육을 받지 않은 자가 계약체결 권유와 관련된 업무를 하게 하는 행위'를 부당권유행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품숙지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판단은 금융사가 개별 금융상품에 필요한 직무교육 사항을 내규로 정해 이행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직무교육 사항은 금융사가 상품의 내용, 소비자보호 정책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이다.

"
-설명서를 반드시 서면으로 제공해야만 하는가
"금소법 시행령에선 상품설명서 제공 방법을 서면교부와 우편(전자우편 포함), 문자메시지 등 전자적 의사표시로 규정한다.

전자적 의사표시엔 전자적 장치(모바일 앱, 태블릿 등)의 화면을 통해 설명서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포함된다.

"
-법령에 핵심설명서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존재하나
"소비자가 두꺼운 설명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기 힘든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금소법 감독규정에서는 설명서 맨 앞에 중요사항을 요약한 내용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심설명서에 포함해야 할 사항은 ▲유사한 금융상품과 차별화되는 특징 ▲계약 후 발생 가능한 불이익에 관한 사항 ▲민원을 제기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려는 경우 이용 가능한 연락처 등이다.

"
-투자성향평가 결과는 한번 정해지면 안바뀌나
"판매자는 고객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소비자의 손실감수능력이나 대출 상환능력 등을 판단해 고객에 적합하지 않은 금융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금소법령은 판매자가 금융상품이 소비자에 부적합한지를 판단할 때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제공한 정보(연령, 재산상황, 금융상품 이해도, 투자경험 등)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법령상 적합성 판단기준은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 등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련됐다.

"
-금융사 직원도 과태료·징벌적 과징금 부과 대상인가
"6대 판매원칙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최대 1억원) 부과가 가능하다.

징벌적 과징금(최대 수입 등의 50%)은 6대 판매원칙 중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등 4개 규제 위반에 한해 부과할 수 있다.

6대 판매원칙은 금융상품판매업자, 자문업자에 적용되는 규제로, 소속 임직원에 과태료,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
-투자상품 포트폴리오에 소비자에 부적합한 고위험 상품이 하나라도 있으면 권유하지 못하나
"금소법에 따라 은행, 증권사 등 금융상품 직접판매업자는 펀드 등 투자성 상품의 위험등급을 마련해 설명서에 기재해야 한다.

다수의 펀드로 구성된 금융상품의 위험은 구성 펀드의 위험등급 전체를 종합해 평가한다.

변액보험, ISA(Individual Saving Account)의 경우 계약 시 소비자가 펀드를 선택할 때, 선택한 펀드의 위험등급만 설명하면 된다.

선택범위 내 모든 펀드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
-내부통제 기준을 법 시행일에 맞춰 마련하기 어려운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는 오는 9월25일부터 시행된다.

관련 조직과 임원은 법 시행일에 맞춰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후 주주총회, 이사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갖추면 된다.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해야 할 사항은 기존에 금융권에서 수년동안 적용해왔던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금감원 행정지도)의 주요사항 위주로 규정했다.

"
-새마을금고·농협·수협·산림조합에 대한 금소법 적용은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는 현행 감독·제재 체계가 금소법 제정 당시 반영되지 않아 금소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새마을금고·농협·수협·산림조합에 금소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 관계부처와 함께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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