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전세 살 사람 못 구하겠어”...집주인 ‘벌벌’ [김경민의 부동산NOW]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월세 매물 쏟아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로 월세화 가속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정부가 내놓은 파격적인 대출 규제로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전세를 월세로 변경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7월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481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규제가 발표된 6월 27일(2만4897건) 대비 78건 감소한 수치다.

이에 비해 서울 아파트 월세 물량은 같은 기간 1만8796건에서 1만9207건으로 411건 늘었다.


일례로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집주인들은 대거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아져 전세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용 84㎡ 전세금이 15억~20억원 수준인데 현금만으로 이 정도 보증금을 감당할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가 만만찮다.


메이플자이에서 월세로 나온 물량은 1500가구를 넘어 전체 3307가구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이플자이 전용 84㎡의 경우 보증금 1억원, 월세 500만원 안팎이다.

잠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자 집주인들이 세입자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졌다.

대신 월세를 받아 잔금대출 이자를 감당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입자들의 전세 기피 현상도 ‘전세의 월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대출 규제 방안에는 1주택자의 경우 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주택 이상인 경우에는 전세퇴거자금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고액의 보증금을 맡기고 전세로 입주한 뒤 계약 만료 시점에 집주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출 규제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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