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국 꿈꾸는 초콜릿 왕국…미국 ‘국민 시리얼’까지 삼켰다

지난 2024년 10월 29일(현지시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에 페레로 로쉐 한 상자가 진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누텔라와 킨더 초콜렛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제과 업체 페레로그룹이 미국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스낵 업체와 아이스크림, 젤리 제조사를 연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더니 급기야 미국의 ‘국민 시리얼’ 켈로그까지 삼켰다.

전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인 미국을 장악해 ‘글로벌 식품 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향해 질주 중이다.


10일(현지시간) 페레로가 WK켈로그를 31억달러(약 4조2665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 목적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페레로의 인수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에 집중됐다는 점에서다.


페레로의 자회사 페레라 캔디 컴퍼니는 2023년 11월 콩 모양 젤리빈으로 유명한 프리미엄 젤리 제조사 ‘젤리벨리’를 인수했다.

같은 해 1월엔 페레로가 ‘블루 버니’와 ‘밤 팝’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웰스 엔터프라이즈를 사들였다.

이에 앞서 2019년엔 켈로그의 쿠키와 과일 스낵 부문 브랜드인 키블러와 페이머스 아모스를 품에 안았다.

2018년엔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의 미국 스낵 사업을 손에 넣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레로가 지리적 확장과 사업 카테고리 확대를 위해 미국 시장을 인수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전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더해 유럽 기반의 식품 기업이란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 시장을 핵심 거점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페레로의 미국 공략 정점은 단연 이번에 품에 안은 켈로그다.


시리얼만큼 ‘미국다운’ 식품도 드물다.

또 시리얼이 그간 페레로가 인수해온 스낵이나 캔디와 같은 간식류가 아니라 식사 개념의 제품이란 점에서 페레로가 미국 식품 시장 본류로 진입하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페레로는 거대 제과 시장인 북미에서 이미 여러 건의 인수를 진행해왔다”며 “사탕류는 비싸고 간헐적인 소비재지만 시리얼은 달콤하고도 저렴한 ‘필수품’으로 미국 가정의 70% 찬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켈로그의 역사는 130년 전부터 시작된다.

창업자 윌 키스 켈로그가 1894년 콘플레이크를 개발했고 1906년엔 회사를 세웠다.

100년 넘게 미국인의 아침 식탁에 매일같이 오르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컨설팅 업체 웨스트먼로의 브래드 홀러 인수·합병 담당 수석파트너는 AP통신에 “켈로그의 대규모 유통망과 북미 식료품 체인점과의 관계가 페레로에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조반니 페레로 페레로그룹 회장은 WK켈로그를 “미국에 뿌리를 둔 지역의 보석”이라고 부르며 이번 인수 결정에 대해 “최근 몇 년 동안 페레로가 북미 지역에서 입지를 확대해온 것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페레로는 켈로그 인수를 계기로 미국에서 식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페레로의 켈로그 인수가 미국인들에게 예상치 못한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홀러 수석파트너는 “미국인으로서 켈로그는 우리에게 상징적이고도 사랑받는 브랜드”라면서도 “이 브랜드를 인수하는 유럽 기업엔 똑같은 향수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