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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달 은행 상장지수펀드(ETF) 판매액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은행서 판매된 ETF는 금액으로 1조661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월 7894억원의 2배가 넘는 수치이며, 작년 같은 기간(2024년 6월)과 비교해도 1.6배에 달할 정도로 많은 것이다.
2023년 한해 은행서 팔린 ETF가 액수로 6조5915억원이었는데 4분의 1에 달하는 1조7000억원어치가 한 달 만에 판매된 것이다.
2024년 은행 ETF 판매가 확 늘어 한 해 동안 9조2938억원어치가 팔렸는데, 올해는 절반이 지난 6월까지 벌써 5조2186억원어치가 팔려 연간으론 10조원 돌파가 사실상 확실시된다.
기초자산이 대부분 주식이다 보니 ETF 판매는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때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변동성이 심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는 주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정국이 이어졌던 작년 11월~1월 은행 ETF 판매는 주춤했다.
작년 11월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ETF는 6075억원이었고, 12월에는 5750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 1월에는 5424억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던 은행 ETF 판매는 6월 이재명 정부 출범과 코스피 3000 돌파 등 여러 이벤트로 폭증했다.
은행권에선 이 대통령이 ‘주가 부양’을 전면에 내걸고 공격적 행보를 하면서 코스피가 한 달 만에 14%나 치솟는 등 주식시장이 활황을 띈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ETF가 은행에서 판매가 늘어난 데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서 ETF 비중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 이전이 가능해졌다.
은행은 증권사로의 실물 이전을 최대한 막기 위해 다양한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이 영향으로 선택할 수 있는 ETF 숫자가 확 늘어난 상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11일 기준 KB국민은행은 160개, 신한은행은 204개, 하나은행은 159개, 우리은행은 175개, 농협은행은 131개 ETF를 퇴직연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전에는 은행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100개 전후 수준에 머무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것이 확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퇴직연금 ETF 제품군을 강화해 더 공격적으로 판매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번 달에만 퇴직연금 ETF 상품을 각각 4개, 7개 추가하기로 확정지은 상태다.
고객 입장에서도 ETF를 선택하면 펀드 대비 운용보수가 낮아 부담이 적은 데다가,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포인트가 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 고객들의 투자 성향도 증시 활황에 따른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랜 기간 국내 주식시장은 기복이 심했고 장기 침체 상태에 빠져있었기에, 지수를 추종하면서 분산 투자 성격이 있는 이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권사를 찾는 고객보다는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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