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팔고 사고 팔고…상반기에만 295조원, 인수·합병 폭주하는 일본기업들

일본 도쿄 시부야역. [사진 = 연합뉴스]
일본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매수자로 참여한 인수·합병(M&A)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0일 보도했다.

일본기업들의 M&A는 금액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3.6배 늘어난 2148억 달러(약 295조원)로 관련 통계가 있는1980년 이후 최대였다.

일본기업들이 전세계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돌파하며 1990년 이래 34년 만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M&A가 활발해진 요인으로는 대기업들의 그룹 재편 움직임, 핵심 분야가 아닌 사업부 매각 등이 꼽힌다.

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그룹 재편과 함께, 해외시장에서 성장을 노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M&A 확산을 주도한 것은 도요타자동차, NTT 등 전통 대기업들이다.

도요타는 약 4조7000억엔(약 44조2000억원) 규모로 계열사 도요타자동직기 지분을 공개매수(TOB)해 비상장화하기로 했다.

NTT도 약 2조엔(약 18조 7000억원)을 들여 상장 자회사 NTT데이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동안 일본 증시에서는 상장 기업 수가 증가해왔으나, 기업들의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상장 자회사를 그대로 두거나 지분을 맞교환하며 내부거래를 유지하는 지배구조 관행이 지속돼 왔다.


하지만 최근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외부투자자들로부터 지분구조 개선과 경영자원 효율화 등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며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예컨대 일본담배산업(JT)도 담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의약품 사업을 시오노기제약에 매각하기로 했다.


엔화. [사진 = 뉴스1]
그룹 내 비핵심 계열사나 자회사 등을 매각한 ‘카브아웃’ 사례도 올해 상반기 약 270건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

2008년 이후 상반기 기준 17년만에 최대치다.


NTT데이터 인수건에 참여한 오기노 아키히코 다이와증권 사장은 닛케이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장 기업 수가 정점 대비 40%가량 감소했다”며 “일본에서도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MBO(경영자 매수) 등 구조재편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M&A 금액이 전세계 10%를 넘어선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파나소닉홀딩스가 미국 영화사 MCA 인수를 발표하는 등 일본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해외 대형 M&A가 두드러졌다.


현재 일본기업들 사이 구조 재편 흐름은 대기업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08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3대 메가은행이 도요타자동직기의 비상장화를 위해 약 2조8000억엔(약26조원)을 융자하는 등 금융권이 M&A 자금 공급자로 적극 나서며 자금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규모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인수 금액은 80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늘었다.

올해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 반도체 설계사 암페어를 6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출자도 결정했다.


영국 런던소재 M&A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새 일본 기업들로부터 인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없었던 현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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