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에 참다랑어 풍년
이마트 등 대형마트 할인전
기후 변화로 6월에 동해안에서 대형 참다랑어(참치) 어획이 전례 없이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가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고 진행한 때아닌 할인전이 대박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어업인들은 기껏 잡은 참치의 상당량을 모두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한숨을 짓고 있다.
참치 어획량이 늘어났지만 어획 한도(쿼터)는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참치 어획량은 450t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30㎏ 미만의 소형 참치까지 포함하면 500t도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참치 어획량은 51t에 불과했다.
반면 6월에 이르러 갑자기 500t 안팎까지 폭증한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어획량 변화는 오랫동안 어민들이 예견해왔던 사안이다.
대형 참치를 주로 잡는 시기인 2~3월 참치 어획량은 2022년 703t에서 2023년 411t, 지난해 342t 등 추세적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2~3월에는 단 10t에 불과했다.
반면 6월 어획량은 2022년 54t에서 2023년 69t, 지난해 128t으로 조금씩 늘다가 깜짝 실적이 터진 것이다.
갑작스레 동해안에 참치떼가 나타난 것은 바다 수온이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해안이 따뜻해지면서 남해안이 아닌 동해안으로 참치가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동해안에는 30㎏ 이상 대형 참치 중에서도 100~300㎏급 초대형 참치가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로 어획 양상이 달라졌다.
풍미가 진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대형 참치가 많이 잡히자 대형마트 업계는 물량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중순 바이어가 직접 어획 선박에 올라 물량을 확보해 할인전을 열었다.
생참치회를 240g 1만9800원, 360g 2만8800원으로 판매 중이다.
기존 수입 참치회보다도 약 30% 저렴한 가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동해안에서 낚은 참치는 냉동하지 않고 곧바로
이마트 점포로 입점돼 냉동 상태의 수입 참치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맛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마트는 지난달 국산 참치 매출이 2022년 1월 이후 42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매출이 35.2% 늘었고, 7월 들어서는 전년 동기 대비 44.2% 증가했다.
때아닌 참치 풍년으로 동해안과 마트 업계에서는 활기가 도는 모양새지만, 어획 한도를 두고 어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남획을 막기 위해 설정한 어획 쿼터가 너무 적어서 기껏 잡은 참치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제21차 연례회의를 통해 한국의 2025~2026년 참치 연간 어획한도를 기존의 748t에서 1219t으로 63% 늘렸다.
30㎏ 이상 대형어가 30t에서 501t으로 17배 늘어난 것이 큰 변화였다.
하지만 이미 연간 대형 참치 쿼터는 모두 차서 앞으로는 잡더라도 모두 버리거나, 소형 참치만 판매할 수 있다.
최근 대형 참치가 많이 나타난 동해안 경북에 배정된 참치 쿼터는 총 110t에 불과하다.
지난 8일 영덕에서만 약 1300마리, 150t의 참치가 잡힌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참치를 더이상 낚을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산지에서 ㎏당 3만원을 웃돌던 참치 거래가격은 최근 2000~4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쿼터를 초과해 잡은 참치는 이마저도 거래가 불가해 사료 등으로 돌려쓰거나 아예 폐기할 수밖에 없다.
어획과 이송에 기름값과 폐기 비용만 들고 수익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일 경북(150t) 등 주요 어획지역에 총 280t의 쿼터를 추가 배정했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참치 쿼터로 인해 잡은 고기를 폐기해야 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바다는 환경오염의 위험이 있다”며 “쿼터를 늘려주거나 정부 차원의 수매 등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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