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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름다운 단어’ 관세를 정치적 무기로 휘둘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50%에 달하는 상호관세율을 브라질에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관세 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재판에 계류 중인 상황을 “국제적인 불명예”라며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썼다.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관세율 책정 배경이 된 다른 나라와 달랐다.
‘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을 다루는 룰라 행정부에 대해 관세를 경고의 메시지로 활용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했던 브라질에 대해 무려 40%포인트 인상했다.
50%라는 수치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알린 상호관세율 중 가장 높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자유로운 선거와 미국인들의 근본적인 표현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대선 전부터 브라질 전자 투표 시스템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런 시스템으로는 공정한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검찰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암살을 계획하고, 군부 쿠데타를 통해 입법·행정·사법 3권을 모두 장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지난 2023년 1월 8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폭동을 일으켰다.
이후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룰라 대통령을 노린 공격적인 메시지들이 SNS를 가득 채웠다.
자신의 집권 1기 때 자신과 좋은 관계였던 보수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개입할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관세를 이용해 다른 국가의 형사재판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그가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보여준다”고 전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 국적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지 않으려 하자 콜롬비아산 미국 수입품에 25% 긴급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최대 50%까지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콜롬비아는 즉각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친한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 개입을 시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패 혐의 재판에 대해서도 ‘마녀사냥’이라며 “네타냐후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어야 하고,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위대한 영웅에게 사면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의식한 이스라엘 사법부는 예정된 재판을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에 룰라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룰라 대통령은 같은 날 X에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브라질의 경제 호혜주의(Economic Reciprocity) 법을 고려해 처리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브라질 외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문제 삼아 자국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과 함께 8개국을 상대로 내달 1일부터 적용할 상호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발송하고 이를 공개했다.
필리핀에 대해 20%, 브루나이·몰도바에 각각 25%, 알제리·이라크·리비아·스리랑카에 각각 30%가 적시됐다.
이날 추가 서한 발송으로 지난 7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은 국가는 총 22개국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이 구리에 부과하기로 한 50% 관세가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구리는 반도체, 항공기, 선박, 탄약, 데이터센터, 리튬이온 배터리, 레이더 시스템, 미사일방어체계, 그리고 심지어 우리가 많이 만들고 있는 극초음속 무기에 필요하다”며 “구리는 국방부가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쓰는 소재다”라고 적었다.
이어 “도대체 왜 우리의 어리석은 (그리고 졸린) 지도자들은 이 중요한 산업을 죽인 것인가? 이 50% 관세는 바이든 행정부의 생각 없는 행동과 우둔함을 뒤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구리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편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
CS) 회원국인 브라질이 정치적 이유로 50%의 보복성 관세를 얻어맞게 되자 다른 회원국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불똥이 자국에도 튈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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