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AI가 만든게 더 잘나가네...AI 록밴드, 유럽 음악차트 1위 석권

정체 숨긴 AI 록밴드가 만든 음악
한달만에 英, 북유럽 차트 정상 등극
AI가 작사, 작곡, 녹음에 모두 관여
실체 밝혀진 뒤에도 인기 여전해

영국의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 벨벳 선다운 X 계정
유럽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록밴드가 알고 보니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노래와 목소리를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달 5일 데뷔한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의 성공이 록 음악의 위대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향후 음악 시장에서 AI가 인간의 영역을 대거 침범할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AI 밴드의 데뷔 앨범 ‘플로팅 온 에코스(Floating on Echoes)’는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유럽 순위에서 단숨에 상위권에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앨범 타이틀곡 ‘더스트 온 더 윈드’(Dust on the Wind)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번 달 1일까지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스포티파이의 일일 바이럴 50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이 노래는 포크와 인디 음악을 섞은 록 음악으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한 선율과 목소리라는 반응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런 돌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벨벳 선다운이 AI를 이용해 노래를 만들었다는 의혹 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밴드의 분위기가 1960년대를 풍미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록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과 어딘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밴드 이름도 1960년대 언더그라운드 록에 획을 그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를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왔다.


밴드 구성 인물들의 공연 이력과 언론 인터뷰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의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 밴드는 여러 의혹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다고 지난달 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보컬, 기타, 드럼 등을 맡은 4인의 멤버를 공개했다.


그러나 멤버들 사진 공개에 논란은 오히려 증폭됐다.

문제의 사진에서 기타를 잡고 있는 손가락이 실제 사람의 손가락과는 다르게 기괴하게 합쳐져 있었으며, 마이크 줄이 보컬이 입은 옷의 소맷자락과 연결돼있었기 때문이다, 멤버들의 눈빛에도 생기가 없어 보였다.


결국 지난 5일 벨벳 선다운은 스포티파이를 통해 인간이 창의적으로 AI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었다고 실토했다.

이 그룹은 “AI 시대에 음악 자체의 저작권, 정체성, 미래의 경계에 도전하기 위해 고안된 지속적인 예술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 입장문에서도 “모든 캐릭터, 서사, 음악, 목소리, 가사는 AI 지원으로 만들어진 원조 창조물”이라며 “인간도 기계도 아니고, 우리는 그사이 어디쯤 산다”고 밝혔다.


음악 시장 관계자들은 이 밴드의 음악이 단돈 몇달러만 내면 기존 음악을 합성해주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AI 밴드라는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에서 이들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벨벳 선다운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110만명을 넘어섰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청취자들은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 밴드는 오는 14일 차기 곡 발표를 예고하면서 도발에 가까운 홍보 문구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 2일 X 계정에 “그들은 우리에게 진짜가 아니라고 한다.

아마 너희도 진짜는 아닐 것”이라는 홍보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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