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장 첫 셧다운
철근 수요처 건설사 부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빠
전기료에 철스크랩도 강세
“상황 안좋으면 조업중지연장”
현대제철도 “시장 예의주시”
동국제강이 1954년 창사 이래 71년 만에 처음으로 인천공장 셧다운을 발표한 주원인은 건설경기 침체다.
인천공장은
동국제강 연 매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 거점으로 전기로 2기와 압연 라인 2기를 갖췄다.
연간 철근 220만t을 생산할 수 있어 단일 공장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문제는 철근의 가장 큰 수요처인 건설사들의 부진이다.
현재 건설경기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2008년엔 착공 면적이 전년보다 22.2% 감소했지만, 2023년에는 전년보다 31.7%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근 가격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서 표준으로 쓰이는 직경 10㎜ 철근의 t당 유통가는 작년 10월 말 75만원 선에서 12월 말 67만원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69만원, 2월 67만원, 3월 68만원 선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셧다운이 이뤄진 지난 4월 공급이 줄면서 73만원 선으로 반등했지만, 5월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철근은 원가가 70만원 중반으로, 80만원대는 돼야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에 이어
동국제강까지 셧다운을 선언해버린 것은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장 큰 수요산업인 건설업 침체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재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사 수익 저하와 분양가 인상 부담이 발생하는 점, 대출 규제와 고금리 부담, 가구 수 증가세 둔화 등에 따른 주택 수요 위축이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용 전기료 급등도 부담이다.
한국전력은 작년 10월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전기만 평균 9.7% 인상했다.
작년 말 산업용 전기료는 판매단가 기준 2년 만에 46%나 올랐다.
동국제강은 국내 1·2위 업체인 포스코나
현대제철과 달리 고로(용광로)가 아닌 전기로를 이용한다.
철스크랩(폐철)을 전기로로 녹여 다시 철강재를 만들어내는 공정인데 전기료가 오르자 심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여기에 이달 들어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까지 불안한 오름세를 보이며 삼중고에 시달리자 결국 셧다운에 이른 것이다.
감산은 물론 셧다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철근 수요는 798만t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올해 철근 수요는 약 600만t으로 국내 총생산량(약 1300만t)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오는 8월 시장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만약 공급 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단 기간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며 “과잉 재고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미 셧다운을 한 차례 치른 바 있는
현대제철도 언제 다시 셧다운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다시 셧다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내 철근 공급사 8개 중 1·2위인 두 회사가 셧다운을 감행했지만 이보다 더 규모가 작은 다른 회사들은 조업 정지라는 강수를 빼들기도 어려워 시장 전체 공급량이 줄어들지도 미지수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