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

"미국 농민들은 위대하기 때문에 항상 무역전쟁의 최전선에 섰다.

미국은 농민들을 보호할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농민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으며 무역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중국과 결사 항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세 자릿수로 높아진 양국 간 보복관세율과 별개로 미·중 주요 2개국(G2)은 희토류와 반도체 수출통제, 대두·항공기 구매 중단 등 원자재와 농산물,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전선을 키우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국의 대중 핵심 수출 품목인 대두의 3월 중국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36.8%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후 중국의 펜타닐 수출을 문제 삼아 2~3월에 20%의 보편관세 인상을 단행했다.

초기 관세 공격을 확인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유도한 중국은 대두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 3곳에 검역을 이유로 수출자격 정지를 통보하는 한편, 미국산 원목에 대한 수입을 잠정 중단시켰다.

목제품 역시 해충 등 검역 문제가 명목상 이유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17~18일 브라질과 미국산을 대체하는 브라질산 대두 수입 확대를 논의하는 협상을 진행한다.


중국은 최대 145%까지 오른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상품 관세율에 맞서 최근 자국 항공사들에 미국 보잉 항공기를 새로 주문하지 말고 이미 주문한 항공기도 인도받기 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의 핵심 수출 시장인 중국의 문을 거의 닫겠다는 의도다.


특히 희토류와 관련한 양국 간 갈등 양상은 미·중 관세율과 별개로 세계 첨단 산업 공급망에 심각한 병목 압박을 가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희토류를 포함해 가공처리된 핵심 광물과 파생 제품 수입으로 인한 국가안보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이 발동한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미국 경제에 어떤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대응하라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인 H20의 수출통제를 감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날 엔비디아 발표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엔비디아에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당국에서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고 추가 통보했다.


중국의 예상 밖 강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상대로 거듭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을 읽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성명에서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극한의 탄압을 중단하고 위협·공갈을 멈춰야 한다"며 "평등·존중·호혜의 기초 위에서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이번 관세전쟁은 미국이 시작한 것이고, 중국이 채택한 필요적 반격 조치는 정당한 권익과 국제적 공평·정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완전히 합리적"이라며 "중국은 싸우기를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 16일 중국 국무원은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을 리청강(58)으로 교체해 주목을 받았다.

리청강은 세계무역기구(WTO) 중국대사를 지내는 등 상무부에서 수십 년간 국제 협상을 맡아온 인물로, 중국도 미국과 무역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70여 개국과 진행하는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다양한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해당국에 관세율을 낮춰주는 대신 중국이 해당국을 거쳐 미국으로 상품을 우회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백악관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245%로 표기하자 중국 관영매체가 "국제적 농담"이라고 받아쳤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팩트시트에서 "중국은 보복 행동의 결과, 이제 최대 245%의 미국 수입품(중국의 대미 수출품) 관세에 직면했다"고 했다.

이에 '최대 245%'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이전부터 부과됐던 기존 관세를 포함해 특정 품목에 국한된 관세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주사기에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부터 적용하던 기존 관세 100%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145%가 더해져 총 245%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245%의 관세율 표기에 대해 "웃기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중국 정부가 미국 관세 인상에 더는 맞대응하지 않겠다고 한 지난 11일 발표를 상기시켰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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