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아워홈 경영권 분쟁
구지은 “인수 반대” 입장 재차 강조
‘직원 사망사고’ 이슈도 도마에 올라
중처법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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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 [사진 = 연합뉴스] |
길고 긴 ‘남매의 난’을 종식하고 한화그룹 품에 안기게 될 급식업체 아워홈이 고초를 겪고 있다.
한화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 인수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사고로 사망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가중되면서 노조 등 회사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워홈을 둘러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 문제뿐만 아니라 직원 사망사고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아워홈 용인2공장에서 30대 남성 직원 A씨가 기계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치료를 받다가 끝내 사망했다.
이에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전날(15일) 아워홈 용인2공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번 사고로 아워홈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중처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때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아워홈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안전 관련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구미현 대표이사는 뒤늦게 사과 입장을 밝혔다.
아워홈은 구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워홈의 뒤늦은 사과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 직후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사고 사흘만인 지난 7일에 이영표 경영총괄 사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처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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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 [사진 = 아워홈 제공] |
이 가운데 구지은 전 부회장은 ‘경영 참여 전제 지분 매각설’을 일축하는 글을 올리며 한화그룹의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영 참여를 전제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지분 매각 의향을 밝혔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또 다른 소설이 나왔다”며 지분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는 “인수후보자의 불안함이 읽힌다”며 “클로징 날짜가 임박해 오는데 돈도 없고 되는 게 없으니 애쓴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각하라고 협박하던 이제는 허위 기사도 조급해 보인다”며 “사업도 투자도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한다.
돈이면 다가 아닌 것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관련 글은 ‘친구 공개’로 바뀐 상태다.
앞서 구 전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제안을 통해 한화호텔앤리조트 지분 매각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은 장녀 구미현 회장과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연합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월 아워홈과 지분 58.62%를 양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며, 출자일은 오는 29일로 최종 인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구 전 부회장과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구명진씨는 매각에 반대하며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의 지분은 20.67%, 구명진씨의 지분은 19.60%로 합쳐도 50%에 미치지 못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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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마곡 본사 전경. [사진 = 아워홈 제공] |
이처럼 아워홈의 둘러싼 다양한 갈등 상황에 내부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아워홈 노조는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마곡식품연구센터에서 아워홈 매각 과정에 대한 규탄 대회를 열고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매각 결정을 비판했다.
노조는 “오너 2세인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노동자들의 처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익 추구를 위해 지분 매각을 독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제를 강하게 성토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회사를 성장시킨 진정한 주인은 오너 2세가 아닌, 아워홈 1만 노동자들”이라며 “경영진은 밀실 매각에 따른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하며 즉각 물러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아워홈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경찰의 압수수색 후 수사를 거쳐 종합된 내용을 토대로 고용노동부에서 중처법 위반 여부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며 “직원들도 너무 안타까워한다.
추후 수사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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